이란이 한국 내 동결 자금 이전·사용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내놓은 방안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란 정부가 동결 자금 중 약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를 돌려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對)이란 제재를 주도하는 미국의 동의까지 끌어내 선박 나포로 엉켰던 한·이란 관계가 풀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블룸버그·스푸트니크통신 등에 따르면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23일(현지 시간) 기자 브리핑에서 “한국이 미국의 제재로 한국의 은행에서 출금이 동결된 이란 자산을 풀어주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비에이 대변인은 “첫 번째 조치로 우리는 이란 중앙은행의 자산 10억 달러를 돌려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날 압돌나세르 헤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가 유정현 주이란대사를 만나고 한국 내 동결 자산 사용 방안에 합의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구체적인 동결 해제 자금의 규모가 나온 것이다.
앞서 이란 정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양측은 한국 내 이란 동결 자산을 이란이 원하는 곳으로 이전하는 데 합의했으며 이란 중앙은행은 한국 측에 이전 자산의 규모와 목적지 은행을 통보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과 이란이 기본적인 합의에 동의했더라도 동결 자금 해제를 위해서는 미국의 승인이 필수적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실제 동결 자금의 해제는 미국 등 유관국과의 협의를 통해 이뤄져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정부가 한국으로부터 동결 자금 일부를 돌려받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직접 밝힌 것은 미국의 빠른 승인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은 70억 달러(약 7조 6,000억 원)로 추산된다. 이란 정부는 한국에 대한 원유 수출 대금 통로로 지난 2010년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해 활용해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2018년 이란 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리면서 이 계좌를 통한 거래가 중단됐다. 이란 정부는 현재 이 동결 자금에 대한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 내 이란의 동결 자금 이전 협상은 지난달 4일 한국 국적 선박이 이란에 억류된 뒤부터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2일 한국 선원이 석방되며 관련 협상도 급물살을 탄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이란에는 한국 국적 선박과 선장만 억류 대상으로 남아 있다.
/맹준호 기자 next@sedaily.com,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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