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당시 국가의 부름을 받고 전쟁터에 나갔다 돌아오지 못한 고 손중철 일병이 70년이 넘어서야 가족품으로 돌아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과 국가보훈처는 6·25전쟁 때 전사한 손중철 일병의 유해와 유품을 유족에게 전달하는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를 25일 거행했다.
이날 가족의 품에 안긴 손 일병의 유해는 지난 2009년 6월 16일 경북 포항시 지동리 일대에서 발굴됐고 12년 만인 이달 중순 신원이 확인됐다.
경북 안동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호국의 영웅 행사에서는 유가족 대표에게 전사자 신원확인 통지서를 전달하고 유해 발굴 경과 등을 설명했다.
이남우 보훈처 차장은 호국의 영웅을 최고의 예우로 맞는다는 의미를 담은 ‘호국영웅 귀환패’와 전사자 유품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을 유가족 대표에게 전달했다.
고인의 아들 손태규(73)씨는 “전사자 유가족 유전자(DNA) 시료 채취에 응했지만 설마 아버지를 찾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정말 이렇게 아버지를 만난다는 생각에 얼마나 눈물을 쏟았는지 모른다”며 “우리와 같은 유가족들을 위해 앞으로도 국유단에서 전사자 유해를 많이 찾아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6·25전쟁에 참전한 후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를 평생 그리워하던 손씨는 2019년 우연히 TV에서 ‘6·25 전사자 유가족을 찾습니다’라는 광고를 봤다. 이후 국유단에 연락해 DNA 시료 채취에 참여했고, 결국 아버지 유해를 찾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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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일병은 국군 8사단 소속으로 6·25전쟁에 참전해 1950년 8월 13일부터 9월 4일까지 치러진 영천북방 보현산 전투에서 전사했다.
당시 국군 8사단은 북한군 15사단을 저지하기 위해서 보현산과 고모산·수석봉·봉화봉 일대에서 방어작전을 펼쳤지만 결국 공세에 몰려 영천으로 철수하게 됐다.
손 일병은 전사한지 59년이 지나서야 완전한 유해의 형태로 전투화 등 유품 7종과 함께 후배전우들에게 수습됐다.
고인은 1930년 1월 29일 경북 안동 일직면에서 3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집안의 가업인 농업을 이어 받아 농사일을 하던 중 1949년 배우자 이말례씨와 혼인을 하고 슬하에 아들을 한 명 뒀다.
하지만 가정을 이룬 기쁨도 잠시, 그는 아내와 아들을 남겨둔 채 전쟁터로 떠났고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손 일병의 아내는 남편을 기다리다 1995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를 마친 국방부와 보훈처는 유가족과 협의를 거쳐 손 일병을 국립현충원에 안장할 예정이다.
국유단 관계자는 “유해 소재 제보나 유가족 유전자 시료채취 참여 방법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홈페이지에 나와 있고, 대표전화에서도 안내한다”며 “유전자 시료 제공으로 전사자 유해의 신원이 확인될 경우 심사를 통해 최대 1,000만원의 포상금도 지급한다”며 유가족의 적극적인 시료채취 참여를 당부했다.
/김정욱 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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