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스마트폰용 반도체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자동차용 반도체의 품귀 현상이 가전·스마트폰 등으로 확전할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날 GM은 자동차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라 일부 공장을 오는 5월까지 가동 중단한다고 밝혔다.
업계가 자동차 반도체 품귀 현상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는 차량용 반도체가 8인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에서 주로 생산되는데 스마트폰·가전 등에 탑재되는 일부 부품도 8인치 팹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전력반도체(PMIC),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이 대표적이다. 자동차용 품귀 현상에 따라 8인치 팹을 일부 조정할 경우 이들 생산에 차질이 생겨 스마트폰용 반도체에도 쇼티지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영향은 삼성처럼 자체 파운드리를 갖고 있는 기업보다는 대부분의 물량을 외주를 주고 있는 소규모 업체, 특히 중화권 업체가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용 반도체 부족 현상은 이미 수요 폭증으로 심화하고 있다. 이들 칩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의 공급은 수요보다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대만 매체인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퀄컴은 모바일 칩의 납품 기한을 연장하기도 했다. 퀄컴의 칩을 맡아 생산하는 TSMC가 폭증한 반도체 수요로 리드타임을 맞추지 못해 발생한 상황이다. TSMC뿐 아니라 삼성전자·SMIC 등 주요 파운드리 업체도 ‘풀 가동’ 중이지만 당분간 쇼티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화웨이의 빈자리를 노리는 오포·비보·샤오미 등이 최근 파운드리 라인 선점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스마트폰용 반도체 품귀 현상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MC 사업부 측은 “당사도 일부 영향은 있으나, 현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과 스마트폰용 반도체의 품귀 현상은 독립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자동차용 반도체의 품귀 현상 영향은 자동차 업계에 국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용 반도체의 경우 한번 납품 이후 사용 기간이 10년에 이르기 때문에 수익성이 현저히 낮다”며 “8인치 팹에서 모바일용을 생산하던 업체가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으로 돌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모바일 부품의 경우 8인치뿐 아니라 12인치에서도 생산돼 반드시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모바일 부품 부족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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