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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손실 나도 세금 매기는 증권거래세, 선진국처럼 폐지해야"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거래세 0.15% 삭제분' 양도 차익 과세에 반영해 세제 정리 필요

공모펀드 직접 판매·MSCI 선진국지수 편입으로 기관 비중 키워야

연기금 '국내 주식 매도' 균형감 있는 시각 갖고 시장과 소통을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오승현 기자




최근 1년간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쳤다.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2,200선까지 치고 올라왔던 코스피지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1,400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후 각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완화 기조 속에서 코스피는 연초 사상 처음으로 3,000포인트 고지에 올라섰다. 개인 투자자가 핵심적인 주식 매수 세력으로 등장하면서 ‘동학개미’와 같은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주가 지수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가면서 금융 투자 업계의 다음 시선은 자연스럽게 자본시장의 인프라 수준을 어떻게 업그레이드 시킬지에 쏠리고 있다. 국내 증시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하려면 과세 체계 등 기본 정책 인프라가 재정비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이 서울경제와 만나 “세제 선진화를 최우선 개선 과제로 두고 있다”고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선진국처럼 증권거래세를 없애고 제대로 된 양도 차익 과세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나 회장은 “개인 투자자보다는 펀드 운용사 등 기관 투자가들이 활성화되는 ‘시장의 기관화’가 이뤄져야 국내 자본시장의 변동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지원책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대담=한영일 증권부장 hanul@sedaily.com

나 회장은 36년간 줄곧 국내 증권가에서 일해온 인물이다. 지난 1985년부터 지난해 제 5대 금융투자협회장에 선출되기 전까지 대신증권에 몸담았다. 2012~2019년 약 7년간 대신증권에서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증권업 관련 업무를 두루 총괄했다.

나 회장은 크게 ‘세제 선진화’와 ‘시장의 기관화’를 우리나라 증시 레벨업을 위한 필수 전제 조건으로 두고 있다.

금융 투자 관련 세제를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증권거래세 폐지와 장기 투자 세제 혜택,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오는 2023년부터 주식 양도 차익 과세를 전면 도입하고 증권거래세는 기존 0.25%에서 0.15%로 낮추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나 회장은 이에 대해 양도 차익 과세와 증권거래세를 동시에 매기는 ‘이중 과세’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익이 났을 때만 부과하는 양도 차익 과세와 달리 증권거래세는 이익·손해 여부에 상관없이 거래만 하면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불합리하다는 게 나 회장의 입장이다. 나 회장은 “증권거래세로도 몇 조 원을 걷고, 주식으로 차익을 거둔 개인도 또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계속 정부가 시장에서 몇 조 원씩 흡수하면 자본시장이 황폐화하게 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그는 “자본시장에서 왜 농어촌특별세를 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현행 0.23%인 거래세는 2023년부터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에 맞춰 0.15%로 낮아진다. 남는 0.15% 세율의 세목은 증권거래세가 아닌 농특세다.

나 회장이 생각하는 해결책은 양도소득 세제에 증권거래세 삭제분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는 “만약 증권거래세 0.15%를 넣을 곳이 없다면 양도 차익 과세 세율을 조금 더 높여서라도 증권거래세를 없애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회장은 올해부터 논의가 본격화될 장기 투자 세제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도 금투 업계의 목소리를 전달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연초 2021년 업무계획을 통해 주식 장기 보유에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나 회장은 “공모펀드가 장기적으로 운용될수록 자본시장의 안정성도 높아진다”며 “현재 공모펀드가 부진한 것은 펀드 수익률이 낮기 때문인데, 이를 제고하려면 혜택을 주면서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나 회장은 기관투자가 중심일수록 시장의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자본시장에서의 경험에서 깨달았다. 그는 “1980년대 후반은 개인 투자자들의 점유율이 굉장히 높았고 기관 포지션이 작았으며 외국인도 막 투자를 시작하던 태동기였다”며 “그때 문제점은 개인 투자자의 (직접투자) 비중이 커 시장이 안정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점점 기관·외국인이 증시에 가세하면서 시장이 안정화됐다”며 “개인 비중이 크면 증시가 특정 흐름에 쏠리기 쉬운데 기관은 장기 포트폴리오를 꾸린다는 점에서 시장 안정성에 기여하는 특징이 있다”고 해석했다.

세제 혜택 외에도 국내외 기관 자금의 국내 자본시장 유입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우선 공모펀드에 대해서는 “판매사를 통하지 않고 자산운용사가 직접 펀드를 팔 수 있는 채널을 구축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산운용사는 보통 공모펀드를 증권·은행사를 통해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불거진 판매 수수료 문제, 불완전 판매 문제 등은 개인 투자자들이 펀드 대신 직접투자로 눈길을 돌리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증시의 기초 체력을 보고 투자하는 외국계 기관을 유치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나 회장은 “건전한 외국인이 우리나라 시장에 투자하게 하려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MSCI 신흥국 지수에 들어가 있다. MSCI와 더불어 세계 3대 지수로 꼽히는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주가 지수에서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외국 연기금이나 초대형 증권사들은 이들 지수를 추종해 각 국가에 투자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경우 외국계 자금이 추가로 60조 원 들어올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국내외 기관투자가 사이에서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를 제고하기 위해 업계 종사자, 전문가, 교수진으로 구성된 협의체도 가동하고 있다. 그는 “어떤 제도, 어떤 기구, 어떤 인프라가 필요할지 연구해서 건의하는 협의체를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비록 최근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로 인해 신용도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사모펀드 육성책도 동반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나 회장은 “지난해 오히려 사모펀드 시장 규모는 4조 원 이상 커졌다”며 “저금리에 만족을 못한 고객들이 리스크를 지고 고수익의 상품을 찾는 것은 순리”라고 말했다. 이어 “선진국도 사모펀드 시장이 성장하면서 폰지 사기 등 비슷한 사건을 경험했다”며 “라임·옵티머스 사건 이후로 우리나라 수탁사·사무관리사·판매사들도 사모펀드를 상호 검증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 그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등 사모펀드 관련 제반 기능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회장은 동학개미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공매도 재개와 연기금의 국내 주식 매도와 관련해서는 균형감 있는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매도에 대해 “순기능이 크다”는 입장이다. 나 회장은 “엔론 사태와 니콜라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미국에서는 헤지펀드들이 실체는 별로 없는데 허위 정보로 주가가 오른 종목들을 취재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공매도 제도가 단순히 주가만 떨어뜨리는 것이 아닌 거짓말로 주가가 올라 있던 종목들을 정상화하는 가격 발견 기능을 발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정부가 5월 3일부터 대형주 중심의 공매도를 재개하는 데 대해서는 “잘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는 “공매도 제도의 폐해는 거래가 없는 종목의 주가를 떨어뜨리는 데서 나왔다”며 “거래가 많은 종목이라면 괜찮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음 달부터 시행될 예정인 무차입 공매도 처벌 법안을 계기로 불법 공매도가 많이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 회장은 연기금 매도에 대한 비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기관들이 내부 운용 지침에 따라 투자를 해야 하는데 개인들이 기관들에 ‘계속 팔지 말라’고 과도하게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 인구가 점차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2050년 이후에는 연금 수령액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적절한 포지션을 취해야 하다 보니 해외투자 비중이 계속 증가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그는 “국민연금 등에서 왜 이렇게 국내 주식을 팔 수밖에 없는지 소통해야 한다”고 전제 조건을 달았다.

한편 나 회장은 추가적인 증시 강세에 따라 증권·자산운용사의 기능 역시 세분화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나 회장이 협회 조직 개편을 염두에 두는 배경이다. 그는 “증권회사 전담 부서를 하나 더 만들어 판매사 정책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자산운용 파트에서도 사모펀드 지원 부서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부동산투자회사(리츠·REITs) 역시 활성화할 것 같아 관련 팀을 구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개인 투자자가 보다 자신의 금융 지식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금융투자 테스트’를 올해 안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그는 “젊은 분들이 MBTI 심리 유형 검사를 하듯이 자신이 금융 투자에 적합한 사람인지 무료로 테스트하는 식”이라며 “올해 6월 즈음에는 첫 시행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He is···

△1960년 전남 나주 △1979년 인성고 △1986년 조선대 기계공학 △2015년 한국외국어대 국제경영학 박사 △2004~2008년 대신증권 WM추진본부장 △2009~2010년 대신증권 Wholesale본부장 △2010~2011년 대신증권 기획본부장 겸 Wholesale사업단장 △2011~2012년 대신증권 인재역량센터장 겸 기업금융사업단장 △2012~2019년 대신증권 대표 △2020년~ 제 5대 금융투자협회 회장

/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 사진=오승현 기자 stor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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