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벤더사인 한솔테크닉스(004710)가 100억 원 규모 사모 회사채를 발행했습니다. 일부 운영자금과 차환자금을 마련한 것입니다. 만기는 2년, 금리는 연 1.95%로 이제껏 회사가 발행했던 사모채(1년 만기, 4%대) 대비 조건이 좋았습니다.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가 장기 금리를 중심으로 변동성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까진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환경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회사의 실적도 좋은데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약 23% 늘어나고 LED부문의 손실 폭이 크게 줄어드는 등 점차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솔테크닉스는 삼성전자의 TV와 생활가전용 파워보드를 공급하는 회사입니다. 전체 매출 가운데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로 높습니다. 전자부품 제조 뿐만 아니라 월 400만 대 가량의 휴대폰 조립사업 생산 능력을 보유하는 등 다각화된 사업을 하고 있는데요. 솔라모듈 등 기존 사업의 매출은 둔화되고 있지만 이 휴대폰 조립사업과 파워보드 매출이 늘어나면서 회사의 전체 실적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LED부문 설비와 영업권 감액으로 손실 폭도 줄어 영업수익성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최근 몇 년간 영업실적이 개선되면서 금융비용과 운전자금 부담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2019년 약 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해 부채비율 등 재무지표도 개선됐지요. 다만 단기 조달 비중이 약 92%로 높은 점은 부담입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솔테크닉스의 총차입금은 1,318억 원으로 이중 1,208억 원이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성 차입금입니다.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을 뿐더러 금융기관 미사용여신한도(약 350억 원), 유형자산 담보가치 등으로 당장 유동성 위기가 불거질 정도의 수준은 아닙니다. 그러나 만기가 짧은 단기자금은 외부 충격에 민감해 변동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미국의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출렁임이 심할 때에는 채권 가운데서도 위험자산으로 평가받는 회사채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지요. 과거 금융위기의 경우에도 위기의 전조는 대부분 단기자금시장에서 시작됐습니다. 단기성 자금으로 연명하다가 신용경색이 발생하면 유동성 위기에 빠지게 되는 것이지요.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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