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열대우림 3분의 2가 인간 때문에 파괴되고 있어 생태계가 큰 위기를 맞기 일보 직전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열대우림의 상실로 세계가 제2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됐다.
미 CBS방송에 따르면 노르웨이열대우림협회(RFN)는 9일(현지시간) 보고서를 발표, 지구 표면의 약 13%를 뒤덮고 있던 1천450만㎢ 면적의 열대우림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36%만이 손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RFN이 2002년∼2019년 현황을 연구한 결과, 열대우림 전체의 34%는 완전히 사라졌고 30%는 황폐해지고 있다. 이 둘의 면적을 합치면 약 950만㎢에 달한다.
특히 2002년 이후 사라진 열대우림의 규모는 프랑스 영토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RFN은 덧붙였다.
보고서 저자 아네르스 크로그는 "유럽 대륙 절반 크기의 열대우림이 여전히 완벽하게 유지된다는 것은 희소식이지만, 나머지는 완전히 손상됐거나 점점 파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이 나무를 대거 잘라내고 우거진 숲을 더 작고, 작게 쪼개고 있다"면서 "탄소를 저장하고 지구를 시원하게 하며 비를 내리게 하고 서식지를 제공하는 열대우림의 능력을 약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는 이런 기능을 하는 열대우림에 의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구의 열대우림 70%는 브라질, 페루, 콜롬비아 등 남미와 아시아 파푸아뉴기니, 아프리카 민주 콩고 등에 분포돼 있다.
연구진은 '인간의 소비'가 이런 결과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농사뿐만 아니라 에너지 사용, 국제 무역, 대두·팜오일 재배, 가축·채광 산업 등 인간의 활동이 지난 반세기 동안 열대우림에 가장 큰 위협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팜오일과 고무, 코코아와 같이 숲에서 얻은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데다 이들 제품의 원료는 종종 불법으로 벌채된 땅에서 재배된다고도 전했다.
RFN은 열대우림이 지구의 생명체 절반 이상에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다른 그 어떤 생태계보다 탄소를 많이 흡수한다면서,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늦추는 데에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크로그는 또 인간의 손에 훼손된 열대우림의 생태계가 갈림길에 서 있다면서 "생태계가 땅과 자원에 대한 인간의 끝없는 욕망 때문에 지속적이고 끈질긴 남용에 시달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열대우림 상실로 세계가 또 감염병 대유행의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면서 "삼림 훼손은 자연의 타고난 바이러스 보호 작용을 해치고, 동물이 사람에 옮기는 새 병원균 출현의 위험으로 세계를 밀어 넣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은 만큼 세계가 열대우림 보존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크로그는 "유엔이 앞으로 있을 기후와 생물다양성 회의에서 아직 손상되지 않은 열대우림을 보존할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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