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티끌 만한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며 고강도 합동조사를 실시하고도 고작 20명이 확인됐다고 발표하자 여론이 더 들끓고 있다. 정부와 청와대는 ‘0명’이고, 20명 모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이다. 앞서 의혹이 제기된 13명을 제외하면 7명의 직원만 추가로 나온 셈이다.
11일 정세균 국무총리의 정부 합동조사단 1차 조사 결과 발표 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발표를 지켜본 시간이 아깝다”는 등의 혹평이 이어졌다. 정부가 일주일 동안 대대적으로 엄벌 의지를 드러냈지만 정작 기존 의혹이 제기된 13명에 더해 7명만 추가로 확인했다는 결과가 나오자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언론에 보도된 의혹만도 수십 명이 넘는데 추가로 찾은 게 고작 7명이고 청와대에서는 1명도 없다고 한다”며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네티즌은 “줄여도 이렇게 줄여서 발표하면 누가 믿겠냐”며 ‘축소 조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등에서는 투기 의심 거래가 1건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발표에 대해서는 “LH 직원들만 꼬리 자르기 하려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3기 신도시 주민들도 격앙된 반응이다. 광명·시흥지구의 한 주민은 “LH 직원 20명만 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국회의원, 정부 고위 관료들은 결국 면죄부를 받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원래 예상은 했는데 해도 너무했다.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것 같다”며 격앙된 반응을 내놓았다.
시민단체 ‘집값정상화 시민행동’은 이날부터 문재인 정부의 집값 폭등 정책을 규탄하고 집값 하락 정책 실행을 촉구하는 문구를 담은 버스 광고를 시행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 반응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의혹을 씻기는커녕 더 심화시켰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말도 안 되는 조사 결과”라며 “투기를 하는 직원들은 거의 모두 광명·시흥에만 몰아서 했다는거냐. 이런 조사 결과를 국민들이 믿겠나”라고 비판했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직원 본인에 대한 조사만 진행했기 때문에 적발 건수가 많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국민적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어려운 수준의 발표”라고 지적했다. 이번 정부 조사 발표로 공공의 신뢰가 오히려 더욱 하락하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그나만 남아 있던 공공의 신뢰마저 무너지는 것 같다”며 “앞으로 누가 공공을 믿겠냐”고 반문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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