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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추리닝으로 보이니… '오하운' 의식주 바꾸다

[심희정의 컨슈머 인사이트]

애슬레저룩 대세로 떠올라

일상복같은 패션용품 봇물

"잘 먹으며 운동" 인구 늘어

식품업계 '단백질 전쟁' 중

비대면 시대 '확찐자'될라

홈트용품 매출은 59% 급증

보브의 원마일웨어 봄 신제품. /자료 제공=신세계인터내셔날




# 올해 서른 살이 된 직장인 이희태 씨는 지난해 절반은 재택근무를 한 탓에 1년 만에 몸무게가 6㎏ 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을 핑계대며 덜 나가고 덜 움직였더니 몸이 무거워지면서 마음까지 무거워졌다.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그는 “집콕 생활 중에 덜 활동하고 배달 음식에 의존했더니 비만이 됐다”며 “올해부터 새벽에 일어나 1시간 러닝으로 ‘미러클모닝(아침 일찍 일어나 자기 관리)’을, 주말에는 최근 새로 산 스마트TV 안에 내장된 프로그램을 따라 ‘홈트’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운동을 이제 일상으로 흡수하는 인구들이 늘고 있다. 너도나도 운동, ‘아무튼, 운동’이다.

단순히 운동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헬린이’ ‘러너’ ‘등린이’ 등의 부캐 인증 샷, 패션, 건강한 먹거리, 웨어러블 기기나 운동 기록 측정 서비스를 이용한 챌린지까지 이어지며 파생 산업의 성장도 견인하고 있다.

최근 운동의 개념은 사뭇 달라졌다. 일반적으로 다이어트 목적에 취미에 가까웠던 운동이 개인의 습관을 넘어 대중의 일상이 돼가고 있다. ‘오하운(오늘 하루 운동)’을 통해 자존감과 성취감을 높이는 인구가 더해지면서다. 특히 브이노믹스 시대 취업 문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MZ세대에게 오하운은 매일 몸을 힘차게 움직이는 작은 성취감에서 나아가 치유의 개념을 더해 간다. 더 이상 화려한 스펙이 아니라 내 안에서의 성장을 누리면서 오는 자유를 맛보게 된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위축과 무기력함에서 벗어나 운동을 통해 자존감을 찾게 된 것은 긍정적”이라며 “최근 운동 열풍은 성취와 경쟁을 지향하던 한국인의 삶의 기준이 건강하고 즐거운 가치를 찾는 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시공간 초월한 ‘아무튼 운동’의 특징=코로나19 이전 많은 직장인들은 폭식하고 폭음하며 오랫동안 의자에 앉아 일하는 일상을 당연한 듯 살았다. 그러나 집콕, 재택근무의 장기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세상과 격리된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밀폐된 공간을 넘어 아웃도어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고 거리를 둬야 하는 탓에 혼자서도 가능한 운동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등산·서핑·프리다이빙·도보여행·자전거·홈트·요가·러닝 등 둘러보니 할 수 있는 것이 많았다. 특히 늘 하던 운동에 다양한 액티비티만 결합해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20~30대의 합류로 종목의 변주도 일어났다. 예컨대 그냥 달리기가 아니라 등산에 달리기를 결합한 ‘트레일 러닝’, 그저 가볍게 뛰기가 아닌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평범한 요가가 아닌 ‘플로팅 요가’ 같은 식이다.

거리 두기가 길어지자 나 홀로 운동이 식상해졌고 자연스레 시공간을 초월하는 운동 플랫폼들이 생겨났다. 40대 직장인 박용준 씨는 “앱을 통해 홈트를 하지만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 있는 운동 메이트와 더불어 하기 때문에 운동의 능률도 오르고 긴장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운동의 완성은 스타일…“너 아직도 추리닝이니”=MZ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인증 샷은 운동하는 자신의 부캐를 보여주는 기록인 만큼 패션은 오히려 운동을 뛰어넘는 최우선 요소다. 등산이나 서핑에 전문 포토그래퍼가 동반하는 클래스가 인기일 정도로 차림새에 큰 의미를 두기 때문이다.

업계와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애슬레저 시장의 규모는 지난 2009년 5,000억 원에서 2016년 1조 5,000억 원을 찍고 지난해 3조 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 조사 업체 유로모니터는 지난해 국내 레깅스 시장의 매출은 2019년 7,527억 원에서 약 1.3% 증가한 7,620억 원으로 미국(약 6조 6,590억 원), 일본(약 2조 9,011억 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에 달한다고 밝혔다.

최근 애슬레저룩은 ‘패피’들의 트렌드가 아니라 일상복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운동 시에만 입을 듯한 레깅스를 입고 호텔 뷔페식당을 찾는 젊은 여성들을 흔히 볼 수 있으며 퇴근 후 곧바로 한강을 뛸 것 같은 복장을 한 직장인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젝시믹스의 레깅스 판매량은 올 들어 증가하기 시작하더니 설 연휴 전주과 전후를 비교하니 77.2%가 늘었다. 같은 기간 남성 레깅스 판매량은 179.2% 뛰었다. 젝시믹스는 지난달 일과 휴식의 경계가 허물어진 워라밸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신개념 ‘웍슬레저 레깅스’로 ‘블랙라벨 시그니처 360N 부츠컷 팬츠’를 선보였다. 포멀한 재킷이나 힙라인을 살짝 덮는 길이의 스웨터나 셔츠를 함께 코디하면 오피스룩에도 손색이 없다.

안다르도 일상복과 운동복의 경계를 허문 ‘원마일웨어’와 ‘오하운족’을 위한 신상품을 대거 쏟아냈으며 ‘스포츠 유틸리티 웨어 컬렉션’ 특별존을 운영 중인 유니클로는 이번 시즌에 일상에서 격한 운동까지 다재다능한 ‘울트라 스트레치 드라이 스웨트’ 라인업을 새로 선보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말 MZ세대를 직접 겨냥해 ‘나를 위한 비주얼 보충제’라는 뜻을 담은 원마일웨어 브랜드 ‘브플먼트’를 처음 선보였다. 조거팬츠와 스웻셔츠가 주력 상품이며 지난해 FW(가을·겨울) 상품의 경우 출시 하루 만에 초도 물량이 모두 완판됐고 최근까지 8차 리오더가 진행됐다.



모든 종목의 운동에 최적화된 기능을 가진 올인원 스니커즈 제품이 올해 트렌드다. 프로스펙스가 지난달 론칭 4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워킹화 ‘블레이드 BX’는 20만 원에 육박하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한 번에 많은 양의 걸음을 빠르게 걷는 파워 워커를 위한 고기능성 제품이라는 점을 운동족에게 어필하면서 초반부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코오롱스포츠가 지난해 FW시즌에 첫선을 보인 후 평균 판매율 90%를 기록한 아웃도어 스니커즈 ‘무브’는 외형은 스니커즈 디자인을 하고 있지만 산행을 위한 기능을 넣어 등린이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운동 욕구 올리는 홈트용품 불티=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주(JAJU) 홈트 용품 매출은 전년 대비 59% 증가했다. ‘가이드라인 선이 있는 요가 매트’의 경우 중심점, 45도, 손발 기준선이 표시돼 있어 운동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알려지며 가장 반응이 좋다. 신개념 운동 보조 기구인 ‘스트레칭 폴리 밴드’, 신체 굴곡에 맞게 제작된 ‘폼롤러’, 단단하고 강한 자극을 주는 ‘실리콘 땅콩 마사지볼’, 착용만으로 운동 강도를 높여주는 ‘실리콘 중량 밴드’ 등 명칭만 들어도 운동 욕구가 샘솟게 한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의 홈트레이닝 용품.


자주의 홈트레이닝 인기 용품.


롯데하이마트의 1~2월 운동 기구 매출은 전년보다 115% 늘었다. ‘신년 재다짐 기획전’을 진행하는 가운데 전용 온라인쇼핑몰에서는 홈트 용품과 닭가슴살 식품도 팔고 있다. 일상에서 뭉친 근육을 이완시켜 마사지 효과를 줄뿐더러 운동성을 개선해주는 ‘4세대 프로 테라건’이 흥행템이다. 롯데홈쇼핑에서도 지난해 12월 1일~2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홈트 운동기구가 100%, 레깅스 등 운동복이 140% 신장했다.

성인 단백질 시장을 국내에서 처음 연 매일유업의 ‘셀렉스’ 제품.


◇식습관 성형을 위한 샐러드와 단백질 광풍=미용 목적의 몸매 관리가 중심이었던 젊은 층의 건강 관심사가 영양·면역력 등의 기초 건강 분야로 확대되자 관련 니즈를 반영한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야채, 과일, 복합 탄수화물, 살코기 등이 식단에 많이 포함된 샐러드 상품 역시 인기 메뉴다. 지난해 마켓컬리에서 판매한 샐러드는 전년보다 76% 늘었다. 올해 1~2월 일평균 판매량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34% 증가했다.

매일유업이 임직원 건강을 위해 운영 중인 프로그램 ‘셀렉스 챌린지’에 참여한 직원들이 근육질의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좋은 성과로 입소문 난 챌린지는 일반인 대상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사진 제공=매일유업


식품 업계에서는 단백질 전쟁이 한창이다. 매일유업의 성인 영양식 ‘셀렉스’는 최근 누적 매출 800억 원을 돌파해 단백질 성인 영양식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나온 ‘셀렉스 스포츠 웨이프로틴’ 분말 제품과 RTD 음료는 운동족을 겨냥했다. 지방과 유당을 제거해 순도가 높고 흡수가 빠른 100% 분리유청 단백질을 사용해 칼로리가 낮아 헬스족들이 즐겨 찾는다.

단백질 고함량 요거트 빙그레의 ‘요플레 프로틴’.


국내에서 처음 단백질 성분 8% 이상의 고함량 요구르트를 선보인 빙그레의 ‘요플레 프로틴’은 론칭 이후 지난 10개월 동안 약 8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출시 1주년이 되는 오는 4월 100억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요플레 프로틴 플레인에는 단백질이 18g 함유돼 한국영양학회에서 제시한 30대 여성의 단백질 1일 평균 필요량 40g의 45%를 충족한다. 대상웰라이프의 신제품 ‘마이밀 마시는 뉴프로틴 바나나’는 100㎖당 당류 2.36g으로 저당 기준에 부합한 단백질 음료다. 하루 2팩 섭취 시 1일 영양 성분 기준치인 식이섬유 36%를 채울 수 있다.

한국암웨이가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론칭한 서브 브랜드 ‘엔바이뉴트리라이트’에서는 ‘밀당그만 갓구운 푸로틴쿠키’와 ‘하루탄탄 영양든든 마시는 푸로틴’이 나왔다. 젊은 층이 부담없이 먹을 수 있도록 쿠키·젤리·초코볼 등 새로운 제형의 건기식으로 만들었고 반응이 좋자 5월에 추가 신제품이 나온다.

/심희정 라이프스타일 전문기자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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