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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영업이익 맞먹는 인건비…한국 씨티은행 매각 악재로

인력 구조조정 더디고

퇴직금 누진제로 부담 커져





한국씨티은행이 잠재적인 매물로 등장했지만 매년 3,600억 원에 달하는 인건비가 쟁점으로 등장했다. 팔려는 쪽이나 사려는 쪽이나 수익성에 비해 고정비용이 지나치게 높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지방은행이나 대형금융지주가 난색을 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미국 씨티그룹이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소매금융(리테일) 사업 처분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먼저 모든 사업을 일시에 접고 철수하는 것으로 미국 시장에서는 이 같은 ‘셧다운(shut down)’ 이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한꺼번에 막대한 퇴직자가 발생하고 기존 고객의 거래가 끊기는 것이어서 금융당국이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다.

법인 매각이 아니라 한국씨티은행이 보유한 대출채권을 다른 금융기관에 파는 형식도 가능하다. 주로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이 사업을 접을 때 선택하는 방법이다. 다만 한국씨티은행의 대출채권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3조 8,675억 원에 이를 정도로 많고 이 중 개인 고객인 가계 대출이 가장 많은 13조 8,766억 원이다. 대출 채권을 넘기려면 대출자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므로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남은 대안은 매각이다. 씨티은행의 순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6조2,942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시중은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인 0.31~0.42배를 적용하면 단순 계산으로 씨티은행은 1조9,512억~2조6,436억원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된다.

매각의 변수는 인건비다. 씨티은행은 2017년 133개였던 점포를 올해 39개까지 줄였지만 직원은 같은 규모로 줄이지 못했다. 직원 3,498명의 평균 근속년수가 18년으로 높은 연봉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연봉은 모두 3,604억 원에 이른다.



이에 비례해 오른 퇴직금 역시 씨티은행 철수의 요인이자 매각의 장애 요소로 지적된다. 씨티은행이 전체 직원에게 미래에 지급해야 하는 퇴직금을 뜻하는 확정급여채무는 8,905억 원에 달한다. 9,0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늘 쌓아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씨티은행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타 은행과 달리 근속년수에 비례해 퇴직금을 쌓는 퇴직금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다.

시장에서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DGB대구은행은 순자산이 4조 4,647억 원에 확정급여부채는 3,227억 원으로 씨티은행 보다 덩치가 적다. 오케이저축은행도 거론되지만 순자산 규모 차이가 이보다 크고 대주주 적격성 통과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KB금융지주도 강남 지역 자산관리 강화 차원에서 거론되지만 씨티은행의 인건비는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경영실적은 전반적인 은행업 하향세를 거스르지 못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2018년 3,655억 원에서 2019년 3,067억 원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3,078억 원에서 2,941억 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출금 시장 점유율은 1.61%로 또다른 외국계 은행인 한국 SC은행보다 낮고14개 시중은행 중하위에 속한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씨티그룹 입장에서는 인력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인데 근속 연수가 높아 이 비용을 지급하면서 계속 사업을 끌고 가야 하는 지 의문을 갖고 있다"면서 "인수후보들도 이 점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 당기순이익 (단위:억원)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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