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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집값 내렸는데 공시가 쑥…"세금 내라는 대로 내야하나"

['아노미' 빠진 공시가]

◆정부만 아는 '깜깜이 산정방식'

경북 6배·세종 1.57배 차이 등

'집값 통계와 괴리' 공시가 수두룩

"납세 기준인데…근거 없어" 지적

통계로 '시장 안정' 외쳐온 정부

"결국 홍보용" 신뢰 추락 불가피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연합뉴스




# 서울 서초구에 빌라 한 채를 보유한 1주택자 성 모(41) 씨의 주택은 올해 공시 가격이 무려 53% 올랐다. 서울 공동주택 전체 공시 가격 변동률(19.08%)을 훌쩍 넘는 상승률이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3.01%)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성 씨는 “개별 가구의 변동률이 전체 평균과 차이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을 텐데, 다만 그 격차가 문제”라며 “평소에는 집값이 3% 밖에 안올랐다 하지만 공시 가격은 확 올려 ‘19%’가 되고, 실제로 개별 가구 입장에서는 결국 50% 오른 거 아니냐”고 따졌다.

올해 아파트 공시 가격이 14년 만에 최대치로 오르자 곳곳에서 산정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서울경제가 최근 2년간 정부 공식 집값 통계(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과 공동주택 공시 가격 변동률을 비교한 결과 시세와는 동떨어진 공시 가격 사례가 적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아파트값 통계와 공시 가격 통계는 서로 다르다고 말한다. 아파트값 통계는 표본 위주이고 공시 가격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공시 가격이 시세 통계를 무시하고 높게 책정됐거나, 정부 집값 통계가 시세를 따라가지 못한 채 과소 측정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8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여당인 고용진 의원조차 “아파트 가격이 3.01% 상승했다고 발표했는데, 공동주택 공시 가격은 20% 상승했다. 이게 납득이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집값 통계와 너무 다른 공시 가격=18일 본지가 지난해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과 올해 공시가격 변동률을 지역별로 비교한 결과 변동률 간 격차가 최소 1.13배, 최대 6.6배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집값 통계를 활용해 시장이 안정돼가고 있다고 설명해놓고 공시 가격은 대폭 올린 셈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서울의 경우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3.01%였지만 공시 가격은 19.91% 올랐다. 노원구와 강북구 아파트값이 각각 5.15%, 5.08% 오르며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했는데 올해 공시 가격 상승률은 각각 34.66%, 22.37%로 10%포인트 넘게 차이가 발생하기도 했다. 경북 아파트값은 1.39% 올랐다고 정부 공식 통계는 밝히고 있다. 반면 공시 가격은 6.3% 올랐다. 세종의 경우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44.93%였지만 공시 가격은 70.68% 올라 1.57배의 차이가 났다. 심지어 제주 아파트값은 지난해 1.95% 하락했다. 반면 올해 공시가격은 1.72% 상승했다.



집값 통계와 공시가 통계 간의 괴리는 지난해도 비슷했다. 지난 2020년 서울 아파트 공시 가격은 14.73% 올랐다. 그러나 2019년 서울 아파트값은 1.11% 오르는 수준에 그쳤다. 2020년 공시가의 경우 아파트값이 떨어진 지역은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공시 가격은 집값이 떨어진 제주조차 오른 것이다.



◇정부만 아는 기준, 신뢰 추락한 집값 통계=그렇다면 어떤 기준에 의해 집값 상승률을 뛰어넘는 공시 가격이 산정됐을까. 정부는 이에 대해 “(지난해) 시세 변동률이 이번 공시 가격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세부 기준 등은 여전히 정부만 알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깜깜이’ 공시라는 말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는 “공시 가격이 시세를 기반으로 한다는데 시세 변동과 공시가격 변동을 비교하면 이 같은 설명이 불분명하다. 개별 아파트의 공시 가격 상승률이 다 달라 결국 정확한 기준이 없는 깜깜이 공시 가격이 됐다”며 “공시 가격은 납세의 기준이 된다. 납세자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셈인데 그럼 정부가 내라는 대로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공시 가격 통계와 집값 수치 간의 괴리는 결과적으로 집값 통계의 신뢰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줄곧 집값 통계를 인용하며 시장은 안정화됐다고 강조해왔다. 집값 통계와 공시 가격은 한국부동산원에서 맡고 있다. 같은 기관에서 같은 지역, 같은 주택 유형을 두고 결과 값이 다른 두 개의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이를 각자 용도에 맞춰 쓰다 보니 ‘입맛에 따라 데이터를 쓴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실 집값 동향 통계는 그동안 시장은 물론 학계와 정치권에서까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주요 논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국민들이 통계에 공감하고 시황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한국부동산원 통계는 신뢰를 잃은 상태”라며 “통계가 현실을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권혁준 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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