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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스타트업·빅테크 생태계 구성한 美·中…현대차만 쳐다보는 韓

■글로벌 제조업 지각변동 車 <1>미래 모빌리티 합종연횡

美, 10년 전 무시했던 테슬라 1위 호령

스타트업 약진에 GM 등 완성차 절치부심

샤오펑 등 中스타트업도 모빌리티 진출 활발

韓은 ‘국가대표’ 현대차만 나홀로 전방위 투자

“현대차그룹 삐끗하면 韓 자동차 산업 위험”

우리나라에서 현대차그룹만 유일하게 미래차 투자를 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서는 글로벌 전기치 1위인 테슬라를 필두로 기존 완성차 업체들도 앞다퉈 미래차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100여 년 간 ‘산업의 꽃’이라 불렸던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 완성차 업체를 정점으로 한 피라미드 구조에서 테크 기업과 모빌리티 스타트업, 배터리 업체, 전통 완성차 업체가 뒤섞인 적자생존의 경쟁과 합종연횡의 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10여 년 전 스마트폰이 인류의 삶을 바꾸면서 노키아·에릭슨·모토로라 등 기존 강자들의 몰락을 불러왔다면, 이번엔 모빌리티 혁명이 인류 생활의 근본적인 변화와 패배 기업들을 탄생시킬 전망이다.

이 같은 경쟁 한복판에 서 있는 한국 자동차 산업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까. 22일 전문가들은 “다행히 현대차그룹이 모빌리티 빅뱅에 잘 대처하고는 있지만, 역설적으로 현대차그룹만 바라보고 있는 한국의 상황이 매우 위태롭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과 중국은 완성차 업체와 빅테크 기업, 스타트업, 자본 시장이 어우러져 미래차 생태계를 발전시켜가고 있는 반면 한국은 현대차그룹이 삐끗하면 산업 전체가 나락으로 빠지는 ‘백척간두’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경우 글로벌 전기차 1위인 테슬라를 중심으로 피스커, 리비안, 카누 등의 스타트업과 GM·포드 등 기존 완성차 업체, 구글·애플 등 빅테크들이 거대한 미래차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10년 전 모두가 무시했던 스타트업 테슬라가 세계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라 시장을 호령하고 있고, 테크 기업의 대명사 격인 구글은 웨이모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 중이다. 스케이드보드 플랫폼을 보유한 카누는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의 구애를 받고 있다. 유통 공룡 아마존 또한 전기 트럭 업체 리비안과 협업 관계를 맺었다. 중국 또한 자동차 업체뿐 아니라 바이두 같은 테크 기업과 리샹, 샤오펑, 니오 등 스타트업이 잇따라 모빌리티 산업에 나타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현대차그룹만 외롭게 미래차 투자를 짊어지고 있다. 국내 모빌리티 생태계가 열악해 외국에서 자율주행(앱티브), 로보틱스(보스턴 다이내믹스) 분야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대차그룹이 잘 하고 있긴 하지만, 수백개 기업들의 기술이 축적되고 모여서 나타나는 힘과 한개 기업이 끌고 가는 힘은 다르다”며 “기본적으로 기업 숫자가 너무 없기 때문에 잘 되면 집중 효과로 강해질 수도 있지만 안 되면 상당히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1,000개 기업 중 90%가 망해도 100개가 남는 반면 한국은 현대차그룹 한 곳이 뒤쳐지면 산업 전체가 몰락한다는 얘기다. 고 센터장은 “비유하자면 태릉선수촌의 국가대표 선수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만, 체육 저변이 잘 갖춰진 나라의 안정성에 비하면 아쉬움이 있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는 줄어드는데 시장 참여자는 늘고 있는 것도 현대차그룹과 한국 자동차 산업엔 부정적인 요소다. 2017년만해도 9,780만대로 1억대를 바라보던 연간 세계 자동차 생산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7,500만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 회복이 전망되긴 하지만 여전히 예상 생산량은 8,100만대 수준이다. 줄어든 파이를 테슬라 등 신생 전기차 기업과 스타트업들이 나눠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본 또한 미래를 내세운 신생 업체들로 몰리고 있다. 자본 쏠림 현상이 누적되면 미래 투자 측면에서도 신생업체와 전통 기업 간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래의 자동차 회사는 내부 매출이익보다 기업가치를 키워주는 외부투자자에 의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혼돈의 자동차 산업 지형 속에서 뒤쳐지는 전통 업체도 서서히 드러나는 중이다. 유럽 기업이 특히 위협받고 있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시트로앵(PSA)이 합병한 스텔란티스와 르노그룹 등 일부 유럽계 완성차 업체들은 비용절감과 구조조정을 발표하고 긴축에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지금 뒤처지는 기업은 생존이 위태로워진다”며 “스텔란티스의 합병도 업계에선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으로선 수익원인 내연차 산업이 점차 ‘좌초자산’이 돼 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2035년 내연기관차 퇴출을 선언하는 국가가 속속 나오고 있는 만큼 기존 내연차 사업을 서서히 정리해야 한다. 정리 과정에서 이 분야에 속한 근로자들의 저항과 매몰비용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 테슬라 등 신생 업체들은 이 같은 비용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테슬라는 지금도 100% 전기차만 생산하고, 이를 100%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 센터장은 “전통 업체들은 기존 판매망, 브랜드 인지도 등이 아직 가치가 있을 때 전기차 시장에서 치고 나가야 한다”며 “초기 전기차 시장을 신생 기업에 선점 당하면 마치 과거 공룡이 멸종한 것과 같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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