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국내 증시가 횡보세를 거듭하는 가운데 테마주 투자만이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증시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의 고수익을 잊지 못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고위험·고수익을 노리며 변동성이 큰 테마주 투자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까지 22일 동안 주가 상승률이 50%가 넘었던 종목은 총 37개로 이 중 약 67%를 차지하는 25개 종목이 이른바 ‘○○ 관련주’로 불리는 테마주였다.
이 중에서도 특히 ‘정치 테마주’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정치 테마주는 총 17개로 확인돼 전체의 45.9%를 차지했는데,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된 테마주가 15개에 달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4일 검찰총장직을 사임한 후 유력 대선 후보로 관심을 받아왔으며 그와 학맥·인맥 등으로 엮인 기업들의 주가가 이달 가파르게 상승했다. 일례로 대표이사가 윤 전 총장의 아버지와 대학원 동문이고 사외이사가 윤 전 총장과 함께 근무한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윤석열 테마주로 묶인 승일은 이달 들어 약 50% 가까이 주가가 오른 데 이어 이날도 전일 대비 29.69% 오르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최대 주주가 윤 전 총장과 똑같은 파평 윤씨라는 이유로 ‘윤석열 관련주’가 된 NE능률의 경우 주가가 이달 들어서만 3,000원 대에서 9,900원 이상까지 200% 이상 올랐다. 오세훈 서울시장 선거 후보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관련된 테마주도 이달에만 각각 90%, 85%의 상승률을 보이며 주목받았다. 이날 역시 오 후보가 야권의 단일 후보로 결정되자 진양화학·진양산업 등이 20%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쿠팡 관련주’ ‘비트코인 관련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관련주’ 등 이른바 ‘관련주’들이 이달 수익률이 높았던 종목들을 차지했다. 기업의 본질적 가치가 주목받아 이달 50% 이상의 주가 상승률을 보였던 기업은 오히려 12개(32%)에 그쳤다. 창문형 에어컨의 인기로 매출 확대가 기대되는 파세코, 게임 ‘쿠키런 킹덤’의 인기로 주가가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데브시스터즈, 미술품 시장이 호황기로 접어들며 주목받는 서울옥션 등이 각각 이 기간 62.84%, 62.09%, 52.43% 상승했다.
증권가에서는 증시가 방향성을 잃는다거나 횡보장을 보일 때 테마주에 대한 투자가 기승을 부리는 경향이 높다고 보고 있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2,900~3,050선의 박스권에 머물러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주식으로 높은 수익을 거뒀던 개인 투자자들이 지금 같은 횡보장에서 등락 폭이 큰 테마주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시장이 다시 대형주 위주의 대세 상승기로 접어들면 테마주 등 소형주는 다시 소외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투자에 주의할 것을 조언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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