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뒤에는 국내 치매 환자가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유언대용신탁이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재산관리시스템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2021 대한민국 베스트 뱅커 대상’에서 ‘베스트 상품개발’로 선정된 배정식(사진)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장은 신탁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탁이란 고객들이 맡긴 돈을 채권·주식·부동산 등에 투자하고 관리 및 처분까지 맡아주는 자산 관리 서비스다. 그동안 국내에서 신탁은 자산가, 재벌 등에만 국한된 서비스라는 인식이 강했다. 배 센터장은 이같은 고정관념을 깨고 사회 구성원 누구에게나 유용한 자산관리 플랫폼으로 정착되도록 다양한 시도를 했다.
지난 2010년 금융권 최초로 유언대용신탁을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이 생전에 금전을 신탁하고 사후 수익자를 지정하거나 생전에 지급청구대리인을 지정해 재산관리를 안전하고 투명하게 해주는 상품이다. 상속, 증여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족 간 갈등이나 고민을 해결해주고 미성년자, 장애인 가족의 재무적 후견인 기능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다.
배 센터장은 “실제 신탁 업무를 하면서 발달장애인인 자녀를 위해 안전하게 재산 관리하는 방법을 찾고 싶다는 고객, 상속 후에도 어린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안전하게 재산을 지켜주고 싶다는 고객 등을 많이 봤다”며 “신탁은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재산관리시스템이자 사회적 약자를 위해 울타리가 되는 사회 시스템인 것”이라고 말했다.
신탁이 자산가들만의 서비스라는 인식을 없애기 위해 하나은행은 1만원부터 자유롭게 입금해 상속할 수 있도록 상품을 구성했다. 상조회사와 결합해 본인 혹은 가족 사망시 할인된 상조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상조신탁도 개발했다.
배 센터장은 “2010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유언대용신탁을 상품화 인가받으면서 잘 될지, 돈이 안 되는 게 아닌지 염려도 있었다”며 “신탁계약 체결된 사례들을 보면서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플랫폼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새로운 시도들은 시장에서 높은 계약 건수로 이어졌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유언대용신탁의 상담이 1,025건으로 전년(498건)보다 2배 이상 뛰었다고 밝혔다. 수탁고 역시 지난해 1만2,59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329억원 증가했다.
최근 신탁된 재산이 유류분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상품 가입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 배 센터장은 그만큼 상속 분쟁을 예방하려는 수요가 많다고 봤다. 배 센터장은 “일본, 미국에서는 신탁이 개인의 자산관리와 상속뿐만 아니라 기업의 승계에서도 활용되고 있다”며 “신탁이 우리 사회의 흐름에 맞게 작동하도록 제도 개선도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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