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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지 등 '저임금 일자리' 씨 말라…'乙들의 전쟁' 부추기나

[또 최저임금 '전운'…내주 심의 돌입]

유통 -75%·여행 -71% 등 대면서비스업종 채용 급감

회복 기미 안 보이는데 과도한 인상땐 '엎친데 덮친격'

노동계 공세 속 사용자는 "업종별 차등화"로 맞설 듯

류기정(왼쪽)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와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지난해 7월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8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신규 채용 공고 동향을 업종별로 보면 문화·스포츠·유통·교육·여행 등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대면 서비스업에는 대체로 저임금 근로자가 폭넓게 분포한다. 결국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문제가 영세 자영업자와 저소득 근로자의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을(乙)들의 전쟁’으로 비화했다는 점을 의미한다. 양대 노총은 다인 가구의 실제 생계비를 고려한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지만 그 대가로 일자리 감소를 감수해야만 한다는 얘기다. 노동계의 공세가 거세지만 경영계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차등화 논의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대면 서비스업 중심 일자리 급감…‘을들의 전쟁’ 촉발한 최저임금 급등=24일 서울경제가 취업 포털 인크루트에 의뢰해 받은 지난 2018~2021년 3월 신규 채용 공고를 업종별로 분류한 결과 채용 타격은 대면 서비스업에 집중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018년과 비교해 올해 채용 공고가 급감한 업종은 △문화·스포츠·엔터테인먼트(-57%) △소매(-56%) △유통(-75%) △학원·학습지(-47%) △호텔·여행·항공(-71%) 등이다.

특히 이들 대다수의 업종은 채용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채용 공고를 전년과 비교하면 문화·스포츠·엔터테인먼트, 유통, 학원·학습지, 호텔·여행·항공업에서 많게는 27%, 적게는 7%씩 신규 공고가 줄었다. 최저임금 인상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채용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2020~2021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각각 2.9%, 1.5%로 역대 최저치로 결정됐는데도 채용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반면 채용 호황을 누리고 있는 업종도 있다. 웹에이전시·정보기술(IT) 컨설팅 업종은 올해 신규 채용 공고가 전년 대비 약 7배 늘었다. 의약품·의료용품·바이오(229%), 은행·카드·투자기관(81%), 쇼핑몰·전자상거래·오픈마켓(74%) 등도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업종별 채용 양극화는 최저임금이 ‘영세 자영업자와 저소득 근로자’ 간 ‘을들의 전쟁’이 됐다는 점을 의미한다. 대면 서비스업은 대체로 최저임금 내외의 임금 근로자 비율이 높다.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예술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예술인의 연평균 수입은 1,281만 원으로 월 107만 원꼴이다. 고용노동부의 ‘기업체 노동력 조사’에서도 숙박 및 음식점업과 사업서비스업의 2019년 월평균 임금은 각각 242만 원, 222만 원(정액 및 초과 급여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상용 근로자 10인 이상을 대상으로 한 만큼 1~9인 사업장이 포함되면 임금 수준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노동계 “가구 실태 생계비 기준” 요구…경영계는 반대=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19일 기자 간담회에서 “최저임금은 실기(失期)한 노동정책”이라며 “올해는 가구 생계비의 반영과 산입 범위 확대를 원점으로 되돌려 정상화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가구생계비는 복수의 사람이 포함된 가구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비용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매년 ‘비혼 단신 근로자의 생계비’를 조사해 최저임금 심의에 반영한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을 받는 가구의 상당수가 복수의 가구원(2~3인)이 있는 가구인 만큼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월 225만 원에 맞춘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이를 시급으로 환산하면 1만 765원이 되는데 올해 최저임금인 8,720원과 비교하면 무려 23.5%가 인상돼야 한다.

경영계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경영계 관계자는 “현재도 최저임금법에 근로자의 생계비를 고려해 최저임금을 정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기준을 바꾸는 것은 노사정이 함께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 매년 열리는 최저임금위 생계비전문위원회에서 사용자위원들은 근로자위원들의 요구에 ‘가구생계비는 근로자의 평균 생계비인데 최저임금은 저임금 단신 근로자의 최소생계비를 보장하자는 취지’라며 반대 의견을 밝혀왔다. 산입 범위 정상화는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기본급 외에 복리후생비와 상여금을 포함하도록 변경된 제도를 다시 ‘기본급’으로 돌리자는 것이다.

◇‘동결 수준 인상’ 관측 지배적…논란 커지면 경영계 ‘차등화 공세’할 듯=노사 전문가들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동결 또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인상률(1.5% 역대 최저 수준)로 결정될 것으로 본다. 채용 시장이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최저임금으로 추가 충격을 가하기는 힘들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다만 노동계의 공세가 거세질 경우 경영계에서는 ‘차등화’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경영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는 반드시 결정 단위(시급·주급·월급)와 사업별 구분, 인상률을 모두 검토해야 한다”며 “차등화 논의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소득 주도 성장의 여파가 컸던 2020년도 최저임금 심의 당시에도 경영계는 업종별·규모별·지역별 차등화가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 밖에도 주휴수당 폐지 문제 등 경영계의 숙원 사항도 많아 최저임금 심의의 흐름에 따라 여전히 노사가 크게 부딪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변재현 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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