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순수과학과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늘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과의 경쟁이 과학과 첨단 기술 분야에서 장기간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은 당초 목표보다 2배 늘려 경제활동 재개에 속도를 낼 것임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중국과의 대결에서 이기기 위해 기초과학과 R&D 투자를 대폭 늘릴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지난 1960년대 국내총생산(GDP)의 2%를 조금 넘었던 순수과학과 각종 연구에 대한 투자 비중이 지금은 1.7%에 불과하다”며 “이를 2% 수준으로 올릴 것이며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팅, 바이오 기술 등에 실질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크게 늘리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당초 1억 회 접종을 취임 100일에 하기로 했는데 이를 앞당겨 달성했다”며 “새로운 100일의 목표는 2억 회”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느 나라도 우리의 백신 접종 물량과 속도를 따라올 수 없으며 우리는 (2억 회 접종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지금의 접종 속도라면 취임 100일(4월 30일) 이전인 다음 달 23일 전후로 2억 회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최소 3조 달러가 넘을 것으로 보이는 인프라 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물리적·기술적 인프라를 재건해 (중국과) 경쟁하고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게 다음 과제”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주 피츠버그를 방문할 때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 수 있다며 3조 달러에서 4조 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별도로 바이든 대통령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올해 성장률이 6%를 넘을 수 있다면서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1년 만에 최저치인 68만 4,000건을 기록한 것에도 의의를 뒀다.
그는 또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재선에 도전할 의사가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는 “나의 계획은 재선에 출마하는 것”이라며 “러닝메이트는 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만약 그가 오는 2024년에 치러지는 선거에서 당선된다면 이때 바이든의 나이는 81세가 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회견에서 가장 강조한 부분은 대중 정책의 방향성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은 블라디미르 푸틴처럼 독재(autocracy)가 앞으로의 흐름이며 더 복잡한 세상에서는 민주주의가 기능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이는 21세기의 민주주의 국가들과 독재국가들의 대결이다. 우리는 민주주의가 기능한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나는 시 주석에게) 미국은 자유와 인권에 가치를 둔다. 미국 대통령은 다 마찬가지라고 전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중국과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미중 갈등이 한동안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동맹국들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를 통해 대중 전선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과 대결(confrontation)보다는 극심한 경쟁(steep competition)을 추구할 것”이라며 “중국은 국제 규범을 따라야 한다. 공정 무역과 공정 관행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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