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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에즈운하 사태 장기화 기로…해수면 2m 오르는 1주일에 달렸다

[속타는 기업들]

내달 1일까지 해수면 2m 상승

수위 높을때 선박 빼내야 해

기회 놓치면 복구 수주 소요

해운사 희망봉 우회루트 검토

대기 중인 선박 185척 달해

HMM 컨테이너선도 발묶여

장기화땐 해운 운임도 급상승

파나마 선적의 길이 400m짜리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25일(현지 시간) 수에즈 운하의 통행을 사흘째 가로막고 있는 모습을 촬영했다./사진=프랑스우주청(CNES)의 위성사진.




시간당 4억 달러(약 4,500억 원) 손해를 야기하는 수에즈 운하 사태 장기화 여부가 오는 1주일 내 결정될 전망이다.

오는 28일부터 해수면이 상승하는데 이 기회를 살려 선박을 운하에서 빼내지 못하면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 이 경우 해운 운임 상승은 물론 항공 및 육상 운임 상승, 유가 급등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내 산업계는 복구에 수주가 소요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우회 노선을 검토하는 등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수에즈운하 인근 수면은 이달 말 대조기를 맞아 2m 이상 상승할 전망이다. 대조기는 지구와 달리 가까워져 해수면이 상승하는 시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운하 인근 바다 수면이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2m 이상 오르는데 이때에 맞춰 선박을 빼내지 못하면 14일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이번 기회를 잡지 못할 경우 수에즈 운하 사태는 최대 3주 가량 시간을 끌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수에즈 운하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자 세계 주요 선사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의 우회 노선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 운하에 좌초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의 몸집이 길이 400m·폭 59m·총 톤수 22만 4,000톤에 달해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다. 이 선박은 세계 7위 규모 선사인 대만 에버그린 소속이다.

수에즈 운하 중단에 따른 해운 업계의 피해는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으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못해 대기 중인 선박은 185척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수에즈 운하의 하루 물동량 기준으로 시간당 4억 달러(약 4,500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손실이 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해운 산업 전체로 볼 때 일간 손해액은 90억 달러(약 10조 2,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의 HMM(011200)도 유럽을 떠나 한국으로 오는 2만 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그단스크호가 수에즈 운하에 진입을 못하고 대기 중이다. 수에즈 운하 사태가 다음 주까지 이어질 경우 유럽을 오가는 HMM의 선박 2척이 추가로 발이 묶일 수 있다. 이는 HMM의 컨테이너선에 한정된 상황으로 벌크선 등 국내 여타 해운사는 수에즈 운하 사태로 아직까지는 피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산업계는 운송 기일을 넉넉히 잡아두는 해상운송 특성상 당장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사태 장기화 시 올 초 컨테이너선 운임 급등 및 선박 부족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던 악몽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자 업계는 유럽을 향하던 물동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동남·서남아시아 지역의 공장에서 생산된 스마트폰이나 생활가전·TV 등을 싣고 가는 컨테이너선은 수에즈 운하를 꼭 거쳐야 하는 만큼 운하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을 경우 판매 스케줄에도 문제가 빚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일부 제품이 운하에 발이 묶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해상운송의 특성상 기간을 넉넉하게 잡고 발주하고 있어 서유럽 등 주요 판매처에서 재고 부족을 호소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이들 회사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운하의 정상적인 통행이 한 달 이상 장기화된다면 문제가 될 수는 있겠지만 아직 그럴 염려는 없다”며 주요 기업들이 정상화 시점을 고려해 육로 등 대안 확보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한국 수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는 항공편을 활용해 수출하고 있어 이번 사태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업계는 유럽 수출입 물량의 선박 정체를 우려하고 있다. 일부 자동차 운송 선박이 수에즈 운하 인근에 발이 묶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가 장기화할 상황을 우려해 남아공의 희망봉 노선을 택하는 것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9~10일 정도가 추가로 소요되는 대신 수에즈 운하 통행료를 내지 않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전자 업계와 마찬가지로 운송 기일을 넉넉히 둔 만큼 완성차의 고객 인도가 몇 달씩 늦춰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화학 업계는 당장 영향이 크지 않은 만큼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정유 업계의 경우 북해산 원유 도입 비중이 국내 전체 도입량 9억 8,000만 배럴의 2,150만 배럴(약 2.2%)에 불과해 영향이 거의 없다고 전해졌다. 화학 업계에서는 아시아 시장으로 넘어오는 유럽산 나프타 물량이 줄어들 수도 있는 만큼 향후 나프타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고 본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최근 진정세를 보이는 국제 유가가 다시 오를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사 업계도 정유 업계와 비슷한 분위기다. 유럽 물량이 많지 않은 만큼 설사 사태가 장기화하더라도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수에즈 운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해운 운임 상승은 물론 대체 운송편인 항공·육상 운임까지 덩달아 오를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원유 가격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에버기븐호보다 크기가 절반가량인 선박을 운하에서 빼낼 때 나흘 정도 시일이 걸렸다”며 “이번에는 선박 크기가 2배가량 커졌고 컨테이너가 2만 개 넘게 실린 점을 고려할 때 적어도 8일 이상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종갑·이수민·박한신·한재영 기자 gap@sedaily.com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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