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신임 회장이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이익공유제의 법제화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주주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을 수 있는 이익공유제를 기업에 강제한다면 현실적으로 여러 논란과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에둘러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 회장은 29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재계에서는 강제로 이익공유제를 추진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는데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냐’는 질문에 “이익공유제는 기업이 사회와 협력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에서, 또 협력에서 나온 산물을 기업과 사회가 같이 공유하자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법이나 규제(Rule)로 만들었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지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대한상의가 이익공유제를 도입할 경우 특정 기업의 기여도 계산 등에서 현실적 제약이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보다 뚜렷한 메시지로 읽힌다. 최 회장은 다만 "아직 이익공유제에 대해 구체적인 연구가 되지 않은 상태여서 찬반을 말하기 어렵다"며 정치권과 정면으로 각을 세우지는 않았다.
최 회장은 아울러 규제 완화 문제와 관련해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정치권·기업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최 회장은 “왜 자꾸 기업이 규제의 대상이 돼야 하는지 그 인식에 대한 문제가 있다”며 “그 인식은 소통을 통해 오해가 있다면 풀고, (인식이) 맞다면 이를 반영해 저희(기업) 행동을 고쳐야한다”고 말했다. 규제가 생기게 되는 보다 근본적 원인을 파헤쳐 이를 적극적인 소통으로 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의 규제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 단체 협력에 대해서는 “언제든 오픈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대한상의의 수장으로서 최 회장은 한국 경제가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미중 무역 분쟁은 1~2년 안에 끝날 일이 아니며 우리가 안고 살아가야 할 기본적인 환경이 바뀐 것”이라며 “코로나19는 단기간의 영향이지만 미중 무역 분쟁은 계속해서 영향을 받게 될 것이기에 대한민국의 무역 활동 등 기업 경영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또 대한상의 회장 취임 전부터 강조해왔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원칙을 재계 전반으로 확대하는 데 힘쓰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다만 복잡하고 추상적인 ESG 경영의 성과를 구체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 등을 고안해내야만 실질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최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미래·사회·소통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하고 미래 성장 기반에 대한 고민부터 기업가 정신의 재정립, 사회문제의 새로운 해결법 등에 대한상의가 앞으로 초점을 맞추겠다고 다짐했다. 이 같은 소통의 첫 걸음으로 최 회장은 취임식 연설 대신, 각계 각층의 시민들이 대한상의에 바라는 요청을 경청하는 ‘비대면 타운홀’ 행사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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