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펀드를 잇따라 선보인다. ‘해외 주식’과 ‘ESG’가 최근 국내 공모펀드 시장의 트렌드로 떠오른 상황에 발맞춰 오랜 기간 노하우를 쌓아온 상품을 통해 국내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9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피델리티자산운용은 올해 상반기 중 역외펀드인 ‘지속가능워터앤웨이스트펀드’와 ‘지속가능아시아주식펀드’를 국내 재간접 펀드 형태로 출시할 계획이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의 국내 첫 ESG 펀드다.
지속가능워터앤웨이스트펀드는 수자원 및 폐기물 관리 분야의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며 이 중 70% 이상을 ESG 기준을 만족하는 종목을 담는다.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유럽 증시에 상장된 프랑스 수자원 업체 베올리아앙비론망(3.64%)과 뉴욕 증시에 상장된 이보쿠아워터테크놀로지(3.51%), 아메리칸워터웍스(3.47%) 등에 투자한다.
지속가능아시아주식펀드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기업 중 ESG 측면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이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TSMC(8.24%)와 삼성전자(7.75%), AIA그룹(6.70%), 텐센트홀딩스(5.27%), 알리바바그룹홀딩스(5.16%), SK하이닉스(2.85%) 등을 담고 있다. 각각 2018년 11월, 1990년 10월 룩셈부르크에 설정된 두 펀드의 전체 설정액은 21억 5,000만 달러, 40억 달러다.
얼라이언스번스틴자산운용(AB운용)도 이르면 오는 4월 중 국내 첫 ESG 펀드를 출시한다. 룩셈부르크 역외펀드인 ‘지속가능글로벌테마주포트폴리오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를 국내에 설정할 계획이다. 이 펀드는 반도체 개발 업체 인피니온테크놀로지스와 헬스케어 업체 코닝클레이커필립스, SVB금융그룹, 풍력 업체 베스타스윈드시스템 등에 투자한다.
슈로더투자신탁운용은 다음 달 초 국내 두 번째 글로벌 주식형 ESG 펀드 ‘글로벌기후변화펀드’를 선보인다. 청정 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개선, 친환경 운송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역외펀드는 지난 슈로더 본사에서 2007년에 출시해 운영 중이며 설정액 20억 2,000만 달러에 달한다. 슈로더투자신탁운용은 앞서 지난해 7월 외국계 운용사로는 처음으로 해외 주식을 담은 ESG 펀드 ‘슈로더글로벌지속가능성장주펀드(GSG 펀드)’를 내놓았다. 이 펀드는 출시 7개월여 만인 이달 초 누적 판매 잔액 1,000억 원을 넘어섰다.
국내 진출한 해외 운용사들이 ESG 펀드를 내놓는 것은 공모펀드 시장의 부진에도 이 시장은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정보 분석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이달 25일까지 국내 ESG 펀드에는 4,878억 원이 몰렸다. 반면 같은 기간 액티브 주식형 펀드에서는 1조 1,708억 원이 빠져나갔다. 안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ESG와 관련해 기존 펀드는 물론 신규 출시 펀드, 리뉴얼한 펀드도 자금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주식에 대한 관심이 커진 점 역시 외국계 운용사들이 글로벌 주식형 ESG 펀드 출시에 나선 이유로 분석된다. 해외 주식 직접투자 붐에 연초 이후 글로벌 주식형 펀드에는 2,012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외국계 운용사는 글로벌 주식에 대한 종목 선정 능력과 ESG 스크리닝 능력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슈로더투자신탁운용과 피델리티 국내 지사가 포함된 피델리티인터내셔널은 ESG가 시작된 독일과 프랑스 등 서유럽 기반의 운용사다. 한 외국계 운용사 관계자는 "새로 출시할 ESG 펀드는 개화 단계 들어선 국내 ESG 펀드와 비교해 운용 기간이 길고 설정액도 압도적”이라며 “ESG 관련 다수의 전문 인력을 보유, 관련 기업 선별 능력을 갖췄다는 점 역시 강점”이라고 말했다.
/양사록 기자 saro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