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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업에 6,000대 생산 차질”… 반도체 수급 악화 땐 올스톱 우려

[현대차 울산 1공장 일주일 '중단']

차량용 반도체 98% 해외서 조달

수급난 최소 3분기까지 지속 전망

울산2~5공장까지 타격 받을 수도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에서 근로자가 출고 직전인 자동차 상태를 최종 점검하고 있다.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와 구동 모터 수급 차질로 코나와 아이오닉5를 생산하는 울산 1공장 가동을 다음 달 7일부터 14일까지 6영업일간 중단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글로벌 자동차 업계를 덮친 차량용 반도체 가뭄의 여파가 결국 한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인 울산까지 미쳤다. 현대차는 30일 다음 달 7일부터 14일까지 1주일간 울산 1공장의 문을 닫는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날 1주일 휴업을 결정한 뒤 노조 대의원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가 울산 공장의 생산을 중단한 것은 지난해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와이어링 하니스 공급 중단 이후 처음이다.

울산 1공장에서는 코나와 아이오닉5를 생산한다. 코나는 내연기관차와 친환경 모델 모두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델이고, 아이오닉5는 국내 사전 계약으로만 4만 대 넘게 팔린 글로벌 전략 전기차다. 전방 카메라용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 중단이 결정된 코나는 지난 2월 울산 공장 생산분만 국내 1,266대, 수출 2만 941대 등 2만 2,207대가 판매됐다. 2월 영업일수가 적은 점을 고려하면 4월 1주일 휴업만으로 약 6,000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오닉5의 경우는 반도체는 아니지만 핵심 부품인 PE(Power Electorics) 모듈 수급 차질이 문제가 됐다. 아이오닉5는 출시 이후 사전 계약에서만 올 한 해 국내 판매 목표인 2만 6,000대를 넘어서는 4만 대가 계약된 전략 전기차다. 전기차 시장 최전선인 유럽의 사전 계약 물량 3,000대도 완판됐다. 그러나 생산 물량에 투입될 인원(맨아워) 조정 문제로 노조와의 협의에서 몸살을 앓더니 이번에는 부품 조달 문제로 양산에 심각한 차질을 겪게 됐다.

현대차뿐 아니라 기아 또한 주력 공장인 화성 공장의 특근을 4월 한 달간 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GM은 부평 2공장 물량을 50% 감산하기로 한 방침이 장기화되고 있다. 주력 차종인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부평 1공장으로 여파가 전이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를 유럽에서 조달하고 있는 르노삼성차도 언제든 물량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현대차의 반도체 부족이 울산 2~5공장으로 번질 경우 한국 자동차 산업은 ‘올스톱’ 위기에 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의 경우 올해 영업이익이 6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실적 또한 감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외국에서 전체 물량의 약 98%를 조달하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상황이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수급난이 최소한 올 3분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차 반도체 부족 현상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지난해 초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완성차 업체들은 보수적으로 반도체 재고를 확보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지난해 말부터 빠르게 자동차 수요가 회복되면서 뒤늦게 반도체를 발주했지만 반도체 생산 업체들은 호황을 맞은 정보기술(IT)용 제품으로 생산력을 이미 집중한 뒤였다.

여기에 미국 텍사스 한파로 2월 오스틴 지역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가동이 중단됐고 이달 19일에는 핵심 칩인 MCU를 생산하는 일본 르네사스에서 화재까지 발생하며 수급난은 더욱 심화됐다. 차량용 반도체가 스마트폰·컴퓨터·서버 등 IT용 반도체보다 상대적으로 마진이 적은 점도 구조적인 수급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자동차 산업을 보유한 각국 정부는 대만 등 반도체 생산국 정부에 ‘SOS’를 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올 초부터 감산에 나선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과 달리 지난해 코로나19의 교훈으로 반도체 재고를 넉넉히 가져가며 생산 중단을 막아왔다. 지난해 중국에서 100% 조달하던 와이어링 하니스 공급이 끊기며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재고를 넉넉히 확보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기 때문이다. 도요타의 방식으로 유명한 ‘저스트인타임(적시생산·JIT)’ 방식에서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를 택한 것이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결국 현대차도 세계를 덮친 감산 파도를 막아내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전용 가능한 반도체 부품을 인기 차종으로 돌리고 생산자와 직접 협상을 하는 등 노력했지만 결국 휴업하게 됐다”며 “한번 파도를 맞은 만큼 생산 중단 현상이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휴업 연장이나 다른 공장 생산 중단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반도체 수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중장기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산업 생태계의 국내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며 “이를 위해 수요 업계와 팹리스·파운드리·정부 간 협력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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