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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황 쓰러뜨린 '빚투 계좌' CFD…한국 증시는 안전할까

CFD 계좌잔액 1년 새 360% 급증…4조 돌파

종목당 최대 10배까지 레버리지 가능…빚투에 활용

하락장 땐 반대 매매 쏟아지며 충격 더 커질수도


최근 월가의 유명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이 운용하는 헤지펀드가 대규모 반대 매매를 당하면서 미국 증시를 뒤흔들었다. 빌 황이 고(高) 레버리지를 일으키기 위해 ‘차액결제거래(CFD)’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국에서도 급팽창하고 있는 CFD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차액결제거래(CFD)란 실제로는 주식을 매수하지 않고 주가 상승 또는 하락에 따른 차익만 하루 단위로 정산 받을 수 있는 장외파생계약이다. 투자자와 증권사간 맺는 일종의 계약이다. 증거금 일부만 넣고 거래할 수 있어 종목에 따라 최대 10배의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다.

일반적인 증시 상황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하락장에서는 CFD계좌에서 나오는 마진콜과 반대 매매가 증시 변동성을 더 크게 부추길 우려가 있다. CFD계좌가 사실상 ‘빚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점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얼마나 늘었나…"1년 새 255% 급증해 잔액 4조원 돌파"


CFD 계좌 잔액은 지난 2월 말 기준 4조 379억 원으로 1년 전(1조 1,384억 원)보다 255% 증가했다.

하루 평균 거래 대금도 같은 기간 852억 원에서 3,950억 원으로 363%나 급증했다. 1월에는 6,708억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CFD 계좌 숫자도 증가일로다. 지난해 2월 4,236개에 불과했던 CFD 계좌는 1년 새 1만 4,883개로 251%나 늘었다.

특히, 금융 당국의 전문 투자자 자격 요건 완화는 시장 확대의 기폭제가 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9년 11월 개인 전문 투자자 자격 요건을 완화하고 등록 업무를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사로 이관했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 말 3,000명대이던 전문 투자자는 지난달 말에는 1만 1,720명으로 늘었다. 전문 투자자가 되면 △기본 예탁금 면제 △코넥스 및 사모펀드 거래 한도 폐지 등의 혜택도 누리지만 핵심은 CFD 계좌 개설이라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CFD계좌 급팽창 왜…"사실상 빚투 목적"


CFD계좌는 사실상 대주주 과세 요건(개별 종목 10억 원)에 해당하더라도 CFD를 활용하면 이를 피해갈 수 있다는 점이 입소문을 타며 계좌 수와 잔액이 빠르게 늘었다. 사실상 ‘큰 손’들의 양도세 회피 목적으로 그동안 많이 활용됐다.

그러나 지난해 급증한 CFD는 사실상 원활한 ‘빚투’ 목적이 많다는 게 증권가의 판단이다. 일반적인 신용융자보다 비용 측면에서 조금더 저렴하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CFD는 안정적인 수익원이다. 키움증권(0.15%)을 비롯해 대부분 증권사의 CFD 수수료율은 0.2~0.7% 수준으로 주식 매매 수수료에 비해 높다. 모든 거래가 신용거래여서 신용 이자를 통한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정부 역시 모험 자본 공급을 명분으로 전문 투자자 기준을 완화한 금융 당국의 정책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부작용은 없나…"하락장에 변동성 부추길 우려"


지만 갑작스러운 CFD 시장 성장은 증시 변동성을 확대하는 결과를 낳았다. 증권사는 장 마감 종가를 기준으로 CFD 계좌를 평가해 기준에 미달할 경우 반대매매를 집행해 계약을 강제 청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급락장에서 CFD 반대매매 물량도 낙폭을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2월 말 1조 1,385억 원이었던 CFD 발행 잔액은 지난해 3월 말에는 5,533억 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올 1~2월 대형주 급락이 여러 번 연출됐던 것 역시 4월 양도세 부과를 앞두고 CFD에서 매도 물량이 대거 쏟아진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CFD 발행 잔액은 전달보다 8,000억 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급락장에서 일반 신용거래에서도 반대매매가 많이 일어나며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CFD는 신용거래보다 더 큰 레버리지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변동성 확대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며 “올 1월 대형주의 급등락과 거래량 증가 과정에서 관찰된 국내 증시에서 매매가 활발하지 않은 외국계 증권사 창구의 주문이나 외국인 매매가 활발하지 않은 종목에 대한 외국인의 주문 등도 CFD 계좌를 통한 거래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수급 왜곡에 대한 우려도 크다. 투자자가 증권사에 CFD 매수 주문을 넣으면 증권사는 대부분 외국계 증권사에 해당하는 CFD 발행자에 다시 이 주문을 넣는다. CFD 매도자가 된 외국계 증권사는 헤지를 위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해당 주식을 사들인다. ‘슈퍼 개미’의 주문이 외국계 증권사의 주문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 같은 금액이 크지 않았지만 올해 들어 하루 거래액만 4,000억 원이 넘어서면서 투자 주체별 수급 통계에 미치는 왜곡 현상도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부작용 보완책은?


CFD 시장이 급성장하며 증시에 영향을 미치자 금감원은 지난달 CFD 잔액 상위 증권사에 투자자별 한도 마련, 반대매매 증거금률 인상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개선 유의 사항을 전달했다. 1월 발표된 세법 개정안을 통해 다음 달부터 CFD를 통한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 부과도 이뤄진다.

하지만 이 같은 관리·감독 강화에도 오히려 제도가 갖춰지며 CFD 출시를 머뭇거리던 대형 증권사들이 앞다퉈 관련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어서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증권이 다음 달 CFD를 출시할 예정이며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도 각각 상반기, 연내 출시를 목표로 관련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여기에 오는 5월부터 공매도가 재개되면 CFD를 통한 공매도(매도 진입)도 가능해지며 시장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의 한 CFD 담당 직원은 “양도 차익 과세 면제나 대주주 요건 회피 같은 것은 CFD의 부차적 목적”이라며 “손쉬운 레버리지 투자나 개인 공매도가 주된 장점이다 보니 예전만큼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기는 어려워도 성장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효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에서 CFD 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CFD에 대한 세부적 규제 방안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CFD는 높은 투자 위험도로 인해 구체적인 관련 제도를 만들고 영업 행위, 위험 관리 등에 대한 세부적 지침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최근 증가한 CFD 거래는 공격적인 ‘빚투’에 활용된 측면이 크다”며 “불필요한 시장의 오해나 공포심을 줄이려면 전체 CFD 잔액 및 거래량에 대한 일정 수준의 정보 공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hasim@sedaily.com, 양사록 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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