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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실수, 고효율 배터리 길 열었죠"

김성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박사 과정 때 구조물 잘못 배치

전력 효율 무려 340%나 높아져

해수담수화 장치까지 적용 가능

김성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몇년 전 미국으로 연구년을 떠날 때 10여년 전 박사과정 당시 실수했던 실험을 떠올렸죠. 그 결과, 리튬 이온 배터리의 전력효율을 기존보다 340%가량 높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어요.”

김성재(46·사진)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2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옛날에 우연히 발견했던 현상을 아이디어로 다시 만들어 배터리와 해수담수화 장치에 응용하기 위한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포항공대(POSTECH) 화학공학과 학·석·박사를 거쳐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전기·컴퓨터공학 박사후과정을 했으며 최근 과학기술한림원이 에쓰오일 등이 함께 주는 차세대과학자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전해용액을 가둬놓는 구조물을 실수로 균일하지 않게 배치했더니 기존 균일한 것에 비해 340%나 전력효율이 좋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전해용액이 결정화되는 석출 현상이 나타나면 배터리가 폭발할 수 있는데 이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김 교수는 “보통 배터리 내 구조물을 10~100μm(1마이크로 미터는 100만분의 1m) 크기에 맞춰 그 간격만큼 반듯반듯하게 빽빽히 설치한다”며 “그 간격을 크기에 구애받지 않고 좁히기도 하고 늘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장치를 잘못 만든 것인데 오히려 효과를 발휘하며 현재의 리튬 이온 배터리는 물론 액체를 사용하는 차세대배터리, 나노 다공성 막의 성능 저하가 관건인 해수담수화 장치까지 폭넓게 쓰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비균일 분포를 갖는 미세구조물을 포함한 초미세유체칩.




김 교수는 “박사 과정 때 리튬 이온 배터리의 전해용액을 잘 가둬놓는 구조물을 실수로 균일하지 않게 배치했는데 전력효율이 꽤 올라가는 것을 봤다”며 “당시에는 그것이 중요한 것인지 잘 몰랐고 리튬 이온 배터리도 각광받기 전이라 그냥 넘어 갔다”고 털어놨다. 이후 2017년 미국 스탠퍼드대로 연구년을 떠나기 전 과거 MIT에서 박사후 과정 친구였던 알리 마니 스탠퍼드대 교수와 주제를 논의하다가 이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킬 결심을 했다.

김성재 교수 연구에 동참한 알리 마니(왼쪽부터) 미국 스탠퍼드대 기계공학과 교수, 이혜경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사후연구원, 손서윤 독일 Helmholtz-Zentrum 연구소 박사과정생


자신이 풀지 못했던 궁금증을 마니 교수에게 수학적으로 검증을 의뢰해 타당하다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그는 “이후 대학원생들에게 아이디어를 주고 실험하도록 했는데 잘 소화했다”며 “균일하지 않은 미세 구조물 사이에서 생성되는 재순환 흐름이 나노 다공성 막을 통과하는 전해질 이온의 전달을 가속하고 다공성 막 근처에서 염 결정화(salt crystallization)를 막는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유사한 기술로 창업에 대한 꿈도 키우고 있다. 그는 “휴대용 인공 신장(콩팥) 장치도 마찬가지 원리로 그 안의 구조물 간격을 바꾸는 방식으로 전력소모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일반 배터리로 한 번에 24시간을 쓴다면 아직 실험으로 검증하지는 않았지만 48시간정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주 연구분야가 물에서 전기신호(신경신호)가 왔다갔다 하는 것을 연구하는 나노전기수력학인데 은퇴하기 전에 전기전자공학부에서 주력학문으로 만들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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