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삼성전자 임원을 지낸 40대의 여성 재료·소재 분야 전문가를 부사장급으로 전격 영입해 케미칼 분야 신사업 발굴의 중책을 맡겼다. 영입 인사가 한화그룹 사상 첫 여성 부사장이라는 점에서 파격 인사로 받아들여진다.
4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최근 장세영(사진) 전 삼성전자 상무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장 부사장은 새롭게 꾸려진 NXMD(Next Generation Materials & Devices) 실장을 맡았다. NXMD실은 기존에 없던 조직으로 차세대 전자재료와 부품 분야 신사업을 발굴해 추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한화솔루션이 미래 성장 동력 차원에서 밀고 있는 태양광과 수소 사업뿐 아니라 기존 화학 사업에서도 신성장 분야를 찾아보겠다는 취지다. 한화솔루션의 전략담당 대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사장이다.
1974년생인 장 부사장은 경기과학고를 졸업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재료공학으로 학사와 석·박사를 마친 소재 분야 전문가다. 지난 2013년 당시 여성으로는 삼성전자 역사상 두 번째로 30대에 임원(상무)을 달았다. 스마트폰 사업을 하는 IM(IT·모바일) 부문 무선사업부에서 일했다. 그 안에서도 선행요소기술그룹장을 맡아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 시리즈 스마트폰을 최대한 얇고 가볍게 만드는 하드웨어 ‘경박단소(輕薄短小)’ 업무를 담당했다.
한화솔루션은 한화케미칼과 한화첨단소재 등이 합쳐진 회사다. 폴리에틸렌(PE)·폴리염화비닐(PVC) 등 석유화학 사업 말고도 자동차 부품용 소재를 만드는 경량 복합 소재 사업과 스마트폰 같은 정보기술(IT) 기기에 들어가는 전자재료 소재 사업도 하고 있다. 장 부사장이 이끌게 될 NXMD실은 이런 케미칼 사업 역량을 기반으로 차세대 전자재료·부품 사업 발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화 관계자는 “장 부사장이 케미칼 분야에서 그간의 전문성을 살려 신사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 부사장 영입은 계열사 대표이사 직급도 전무·부사장급이 수두룩한 한화그룹 분위기에 비춰볼 때 파격이라고 할 만하다. 내부도 아닌 외부 출신 전문가를 여성으로는 최고위 직급에 앉혔다는 점은 한화뿐 아니라 재계 전체를 통틀어서도 흔치 않은 일이다. 한화그룹에서는 지난해 승진한 김은희 한화역사 대표이사가 1978년생이지만 김 대표의 직급은 상무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한동희 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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