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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시론] 감사선임 3%룰 폐지해야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여러 세력 경영권 위협 우려 큰데

감사위원 1인 분리선임까지 도입

공격자에 유리한 조건은 다 갖춰

대주주 의결권 3% 제한은 부당





감사위원 선임에 있어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 룰은 역사가 길다. 지난 1962년 1월 20일에 공포된 제정상법에 처음 등장했다. 처음에는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모든 대주주는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개별 3% 룰)할 수 있었다. 근 60년이 돼가는 지금은 감사위원 선임이 의무화된 상장회사가 ‘사외이사 아닌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주주’는 본인과 그 특수관계인(6촌 이내의 혈족과 4촌 이내 인척 등)이 가진 모든 지분을 합해 그 합계의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규칙(합산 3% 룰)이 추가됐다. 상근감사 선임이 의무인 상장회사 또는 자산 총액 1,000억 원 미만이라도 감사를 선임하는 상장회사에도 합산 3% 룰이 적용된다.

돈을 투자해 일을 벌이는 사람(주주)은 모든 일을 스스로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일을 대신 할 대리인을 뽑는다. 주주가 요모조모 심사하고 숙고해 뽑은 ‘이사’가 바로 그 대리인이다. 대리인은 항상 착할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대리인인 대통령·국회의원·공무원들이 항상 그를 뽑아준 국민을 위해서만 헌신하고 있는가.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국민은 투표할 때만 주인님이지, 투표 후에는 노예가 된다”고 말했다. 인간의 마음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난 일본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는 “돈과 관련되면 선인도 대부분 여차하는 순간 악인으로 돌변할 수 있다”고 썼다. 막연히 착한 대리인을 기대하기보다는 이미 뽑은 대리인이 착한 대리인이 될 수밖에 없는 감독 시스템이 필요하다.

투자자 스스로 이사를 감독할 수 없을 때는 역시 대리로 감독할 자를 뽑아야 한다. 이 감독자를 뽑을 권한을 대주주가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도록 막고 나서는 법규가 바로 3% 룰이다. 3% 룰은 가장 큰 돈을 투자해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된 사람에게서는 감독권을 뺏고, 돈을 적게 내 위험이 적은 사람에게 감독권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고신용자에게는 대출 이자율을 높이고, 저신용자에게는 이자율을 낮춰 우대하라는 것처럼 황당하다. 그렇게 되면 시장은 난장판이 된다. 6촌이 가진 주식, 외가와 처가의 4촌이 가진 주식까지 합하라니 형제, 심지어는 부자간에도 싸움박질하는 터에 무슨 헛소리인가.



1961년 상법 입법자는 “다수결 원칙에 의해 선임하면 감사는 대주주의 뜻에 맞는 사람만 선출돼서 자기를 선임해준 대주주와 그가 신임하는 이사의 뜻을 거역할 수 없기 때문에 감사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이는 1960년 초 변변한 대기업 하나 없었던 때, 중소기업 대주주의 전횡 방지라는 차원에서 나온 소박한 아이디어였다.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에 한국 기업이 14~15개 정도인 오늘날에는 이 규칙은 시대착오적이다.

올 3월 정기총회 시즌에 지분 19.32%를 가진 2대주주가 지분 42.90%를 가진 최대주주를 누르고 사내이사·감사위원 1명을 이사회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한 사례가 생겼다. 처음도 아니다. 지난해 한 사모펀드가 보유 지분 25.06%를 6개로 쪼개 18%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반면 34.26%를 가진 대주주 측은 3%의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었다. 회사 측은 감사선임 안건을 자진 철회했다.

지난해 말 갑자기 상법이 개정돼 3월 주주총회에서는 3% 룰을 이용한 경영권 공격 사례가 많지 않았다.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았다. 그러나 내년에는 여러 세력들이 충분히 준비해 경영권을 공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다. 특히 감사위원 1인의 분리선임제도까지 도입됐으니 공격자에게 유리한 조건은 다 갖췄다. 3% 룰은 폐지돼야 한다.

/박현욱 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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