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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손타쿠' 관료문화, 韓에 전염되나

정치권, 인사권 활용 '길들이기'에

공무원 인기 떨어지며 조직 쇠락

韓도 정권 입김에 흔들려 닮은꼴


“우리 정치인들은 선거로 뽑힌 사람들입니다. 어떻게 하겠다는 방향이 결정됐는데도 관료가 반대하면 이동시키겠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관방장관이었던 지난해 9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인사권을 활용한 ‘관료 길들이기’를 지속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아베 신조 정권의 최대 폐해로 꼽히는 ‘손타쿠(忖度) 문화’는 여기서 비롯됐다.

손타쿠란 고위 관료가 정치 권력에 ‘알아서 기는’ 행태를 가리킨다. 관료들이 시키지 않아도 정권의 눈치를 보며 충성 경쟁을 벌이자 지난 2017년 일본에서 ‘올해의 유행어’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베 전 총리가 ‘모리토모학원 비리 의혹’에 휘말렸을 당시 재무성이 문서를 조작한 사건은 대표적인 손타쿠 사례다. 아베 전 총리와 부인 아키에 여사가 국유지를 모리토모학원에 헐값 매각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재무성은 국회에 이를 반박하는 문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는 조작된 문서였고 매각 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은 ‘상사로부터 문서 변조를 강요당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후생노동성은 아베노믹스에 유리한 통계를 만들기 위해 ‘통계 부정 사건’을 저질렀다. 매월근로통계를 산출하며 500인 이상 사업장을 전수 조사해야 한다는 원칙을 어기고 도쿄도(都)에서 일부 사업장만 임의 추출(샘플링)해 통계를 낸 사건이다. 일본 정부는 2018년 6월 임금 상승률이 3.3%로 21년 만에 최고치라고 발표했지만 부정 산출로 집계한 데이터를 보정한 수치는 2.8%에 불과했다. 이에 고용보험 가입자 등에게 보험료가 적게 지급된 사례가 2,015만 건에 달했다.



손타쿠 문화가 팽배해지자 직업으로서 공무원의 인기도 급락했다. 우리나라의 국가공무원 5급 공개경쟁채용(행정고시)에 해당하는 ‘국가공무원 종합직’ 지원자 수는 1996년 4만 5,254명에서 2012년 2만 5,110명, 지난해에는 1만 9,902명으로 떨어졌다. 일본 인사원이 30대 중앙 부처 공무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1.3%는 ‘장래에 대해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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