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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은 내편 아닌 국민가치를 대변…공무원, 영혼·기백 가져야"

[무너지는 관료사회-< 하 > 전직관료 4인 '공직자·정치권에 쓴소리']

전윤철 "장관이 국무회의서 받아쓰기만 하면 미래 없어"

노대래 "좋은 정책, 학자 이론·실무 경험 합쳐져야 나와"

전광우·권태신 "정부는 관료 지적 귀담아들어야" 지적





“현직 공무원도 정치권과 치열하게 토론했는지 반성해야 합니다.”

경제 원로들은 관료들이 청와대와 여당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한번이라도 제대로 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무원에게는 ‘영혼이 없다'는 숙명론도 있지만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공복’의 마음가짐으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나설 때는 용기 있게 뚝심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관가 원로들은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계층 간 갈등이 더욱 첨예해지는 사회·경제적 현실에서 중립적으로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이는 140만 공무원뿐이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윤철 전 경제부총리는 6일 “공무원이 영혼과 기백 없이 공직 생활을 하면 정치권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장, 경제부총리, 청와대 비서실장, 감사원장을 지내면서 43년간 관료 생활을 했던 그는 “정치권이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공무원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전 부총리는 이어 “정치권이 자기편인 계층의 이익을 위해 입법을 하며 공직자들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며 “이런 행태가 공직자들의 사기를 꺾고 정치권에 끌려다니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공무원의 소극적인 행보가 정치권의 독주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차 재난지원금 편성 과정에서 기재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손실을 본 자영업자의 피해를 덜어주는 정책을 주도적으로 제안할 수 있었는데 곳간지기로서 반대만 하다가 정치권의 논의에 끌려갔다는 것이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행정 부처에 오래 몸 담아온 공무원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정책을 제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현직에 있는 공무원들은 과연 내가 끝까지 주장을 제대로 했는지, 국민을 위해 과연 이 정책이 옳았는지를 끊임없이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로들은 부존자원 없이 사람의 힘으로만 경제를 이끌어나가야 하는 우리나라에서 공무원들 스스로 자원이라 생각하고 주도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권태신 전 국무조정실장은 “공무원이라는 조직은 국가 전체에서 보면 도로나 항만 같은 사회간접자본”이라며 “국가가 우수한 사람을 지연·학연과 관계없이 공채로 뽑았고 외국에서 교육도 시켜 키워낸 만큼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전 부총리 역시 “공무원들의 머리로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관료의 지적을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 전 위원장은 “정책이 과도하게 정치화하면 지나치게 단기적인 시각에서 볼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부작용이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가 부동산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주도했던 부동산 정책에서 해당 부처 관료의 목소리는 보이지 않았다”며 “연속성이 필요한 장기적인 정책에는 관료의 생각과 판단이 담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전 실장 역시 “청와대·여당과 공무원은 한 몸인데 머리가 손발을 때려서는 안 된다”며 “참여정부 말기에 청와대 요소요소에 합류한 공직자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파주 LCD단지 등 굵직한 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명하복의 문화를 타파하고 토론 문화를 살려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특히 전 전 부총리는 공직 사회가 자기 말을 하기 위해서는 장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무회의는 헌법상 최고 의사 심의 기관이다. 여기서 토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토론 없이는 개혁이 안 된다. 장관들이 받아쓰기만 하고 앉아 있어서는 (국가의)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노 전 위원장은 “당정이 치열하게 토론하고 고민해야 좋은 정책이 만들어진다”며 “좋은 정책은 학자의 이론적 배경에 실무자의 경험을 합쳐 만들어지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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