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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실손보험의 지속 가능성

금융부 김현진 기자





“보험은 ‘구관이 명관’이라고 하잖아요. 정 부담되시면 지금 ‘착한’ 실손으로 바꾸세요. 7월에 나오는 4세대 실손은 지금보다 더 안 좋습니다.”

실손보험에 가입했지만 병원에 자주 가지 않아 보험료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알고 지내던 보험설계사에게 문의하자 돌아온 답변이었다. 7월부터 출시되는 4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가 할인·할증되는 구조다. 병원 치료가 많지 않은 사람은 보험료 부담이 줄어들 수 있지만 보험 가입자의 혜택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구 실손보험(2009년 10월 이전 판매)’의 경우 보험사가 통상 치료비의 거의 모든 부분을 보장해줬지만 ‘표준화 실손보험(2009년 10월~2017년 3월 판매)’ ‘신 실손보험(2017년 4월 이후 판매)’을 거치며 보장 범위가 점점 줄어들었다.

국민 약 3,800만 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이 네 차례의 개편을 통해 보험 가입자의 보장 범위가 줄어든 이유는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으로 지난 한 해에만 2조 7,000억 원, 최근 5년 동안 10조 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다. 손실을 견디다 못한 몇몇 보험사는 실손보험 시장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4세대 실손보험은 금융 당국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품 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한 것이다.



실손보험이 위기를 맞은 것은 의료비 부담이 적어진 보험 가입자들이 병원을 과도하게 찾고 병원도 이를 악용하면서부터다. 특히 소수 가입자의 과도한 의료 쇼핑이 문제로 꼽힌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의 90% 이상은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다. 대신 4개 보험사의 외래 진료 과다 이용자 상위 10명의 평균 연간 외래 진료 횟수는 약 492회, 실손보험금 수령액은 약 2,064만 원에 달했다. 실손보험으로 환자들의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것을 악용해 도수치료나 백내장 수술을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등 병원들의 비급여 과잉 의료도 문제로 지적된다.

결국 소수의 이기심이 문제다. 실손보험을 악용하는 소수 가입자와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다수 선량한 가입자의 피해로 이어졌다. 이대로 가다간 5세대, 6세대 실손보험이 나오는 것을 넘어 실손보험이 역사 속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김현진 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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