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이진석(50)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재판에 넘기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검찰은 이 실장의 윗선으로 꼽히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은 무혐의 처리했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과도 연관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려 검찰이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두고 ‘정권 호위 무사’로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권상대 부장검사)는 9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이 실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1월 29일 송철호 울산시장,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한병도 전 정무수석 등 13명을 재판에 넘긴 지 1년 4개월 만이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이었던 이 실장은 울산시장 재선에 도전한 김기현 당시 울신시장(현 국민의힘 의원)의 핵심 공약인 ‘산업재해 모(母)병원 예비타당성 조사’ 발표를 늦추는 데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청와대 측은 이에 대해 “검찰 기소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이 실장이) 코로나19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검찰이) 기소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은 송 전 시장을 울산시 내부 자료를 유출하는 등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또 같은 혐의로 공무원 윤 모 씨도 불구속 기소했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송 시장 측이 중고차 매매 업체 사장으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 등은 사건 관계인 다수가 울산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울산지검으로 이첩했다. 반면 선거 개입·하명 수사 연루 의혹을 받았던 임 전 실장과 조국 전 민정수석,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31명은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대거 무혐의 처리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날 검찰 수사 발표에 대해 ‘예상됐던 시나리오’라는 반응이 나온다. 검찰은 4·7 재보궐선거가 끝나고 이틀 뒤 결과를 발표했다. 또 앞서 2월 검찰 고위 인사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했다. 검찰은 “당사자 주장 검증 등 보강 수사를 진행하느라 지연됐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이 지검장을 앞세워 4·7 재보궐선거가 끝날 때까지 ‘시간 끌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이 실장의 경우 수사팀이 1년 전부터 기소 의견을 정한 걸로 아는데 외압으로 지연된 것이라면 검찰의 분명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송 시장과 30년 지기인 문 대통령이 선거 개입 의혹과 무관하고 친정부 인사들을 무더기로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는 점에서 검찰이 사실상 ‘정권 구하기에 나섰다’거나 ‘꼬리 자르기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게다가 검찰이 이 실장을 재판에 넘긴 것에 청와대가 오히려 ‘유감’을 표명한 데 대해서도 앞으로 있을 재판에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사정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 마무리하기는 했지만 의혹이 100% 사그라지지 않을 경우 앞으로 항고 등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며 “고소·고발인 등의 항고가 있을 경우 해당 의혹에 연루된 이들을 무혐의로 판단한 데 대해 고검에서 다시 한번 살펴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안현덕·손구민·구아모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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