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제주대 사거리에서 4중 추돌 사고로 중태에 빠진 피해자를 위해 도민 107명이 나서 혈액 4만 2,800㎖를 헌혈했다.
9일 대한적십자사 제주혈액원에 따르면 전날 사고 피해자 김 모(21) 씨를 위해 107명이 지정 헌혈에 나서 혈액 4만 2,800㎖를 모았다. 앞서 김 씨의 아버지는 지난 8일 오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고 당시 딸이 피를 많이 흘렸고 긴급히 수술을 진행해 피가 많이 모자란 상황”이라며 AB형(RH+) 지정 헌혈을 해 달라고 호소했다.
버스 앞 좌석에 탑승해 있던 김 씨는 사고 당시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심폐소생술을 받아 가까스로 맥박을 되찾았지만 여전히 위독한 상태다. 소식을 접한 도민들은 전날 줄 이어 제주혈액원과 헌혈의 집을 찾았다. 오후 한때는 헌혈용 침대가 부족해 대기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 밀려드는 방문객으로 혈액원과 헌혈의집 운영 시간이 30분에서 1시간가량 연장됐다.
제주혈액원 관계자는 “평일 평균 70∼80건의 헌혈이 이뤄지지만 어제는 그보다 2배 많은 152명이 헌혈해주었다”며 “헌혈을 부탁하는 김 씨 아버지의 글이 오후에 올라왔음에도 많은 분이 헌혈에 동참해주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AB형 혈액은 우리나라 인구의 10% 수준으로 매우 적은데 반나절 만에 평소보다 10배 이상 많은 AB형 혈액이 모였다”고 전했다.
김 씨의 아버지는 이날 SNS에 게시물을 올려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도움을 받았다”며 “이 은혜를 앞으로 어떻게 갚아야 할지 걱정이 앞설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분간 필요한 혈액은 모였고 현재 딸은 수술을 무사히 끝내고 경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앞으로 일주일이 고비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많은 분이 함께 걱정해주셔서 아마 금방 일어날 것 같다”고 전했다.
/김선덕 기자 sd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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