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수출경쟁력이 미국·일본·독일 등 선진국 수준을 따라잡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반면 비(非) ICT 산업의 수출경쟁력은 여전히 선진국에 뒤쳐질 뿐 아니라 ICT 산업과의 격차마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산업의 집중도를 완화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1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주요국 수출경쟁력 비교 및 시사점’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 고도화지수는 142.3포인트(p)로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브릭스(BRICS) 42개국 가운데 6위를 차지해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우리나라는 2000~2019년 수출 고도화지수의 연평균 증가율도 2.2%로 높은 수준이다.
연구원은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해당 품목이 갖는 가치를 금액으로 보여주는 ‘PRODY 인덱스’와 국가별 품목별 수출 비중을 이용해 수출 고도화지수(EXPY)를 산출했다. 수출 고도화지수는 세계 각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각 국가의 품목별 수출 비중을 이용해 산출하기 때문에 수출 품목 가치와 해당 국가의 생산성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수출 고도화지수는 2000년까지만 해도 93.4p로 일본(111.7p), 독일(108.1p), 미국(106.8p) 등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2019년 142.3p로 크게 높아지면서 미국(139.0p), 독일(141.0p), 일본(144.8p)에 근접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중국도 2000년 81.4p에서 2019년 128.3p로 빠르게 오르면서 선진국들을 추격하고 있다.
다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CT 산업과 비ICT 산업 간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00년 ICT산업과 비ICT산업의 수출 고도화지수는 각각 95.8p, 92.1p로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2019년에는 각각 157.3p, 136.3p로 격차가 확대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ICT 산업의 중요도와 가치가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ICT 산업 경쟁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ICT 산업 수출액은 2000년 519억 달러에서 2020년 1,835억 달러로 대폭 증가했다.
반면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비ICT 산업 수출고도화 지수는 136.3p로 일본(144.4p), 독일(140.8p), 미국(136.8p)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순위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비ICT 산업의 수출 고도화지수 상승률은 연 2.1%로 1% 수준인 독일·일본·미국에 비해 높았으나 이들 국가는 2000년대부터 기술력을 바탕으로 높은 수출고도화 지수를 달성한 상태다.
신유란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수출경쟁력이 ICT 산업과 비 ICT 산업 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특정 산업에 대한 집중도를 완화해야 한다”며 “ICT 산업의 경쟁 유지에 주력하는 동시에 비 ICT 산업에 대한 경쟁력 확보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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