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킥보드 업체들이 시장 지배력을 키우기 위한 치열한 ‘요금 전쟁’을 펼치고 있다. 지쿠터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이용자 수 1위로 올라서자, 글로벌 사업자인 라임도 가격 인하로 맞불을 놓는 모습이다. 여기에 씽씽도 기본료를 인하하며 공유킥보드 업계 ‘출혈경쟁’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라임은 지난 8일부터 기본료와 운행료 인하를 단행했다.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선 기본 요금을 기존 1,200원에서 800원으로 33% 내렸다. 전체 이용량의 70%가 몰려 있는 평일 낮 주행 요금도 기존 1분 당 180원에서 160원으로 낮췄다.
라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촉발한 경제위기를 함께 이겨내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는 경쟁 심화에 따른 결정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1위 공유킥보드 사업자인 라임은 지난 2019년 10월 국내 진출 이후 업계 최고 수준 요금제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선 저렴한 요금을 앞세운 타 업체들과 경쟁을 펼치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지난 2019년 1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지쿠터는 잠금 해제시 300원, 분당 요금 130원~180원으로 타 업체에 비해 저렴한 요금제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저렴한 요금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도 빠르게 높였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쿠터는 지난 해 10월 공유킥보드 앱 월간 이용자 수(MAU) 1위에 오른 뒤 현재까지 유지 중이다. 기존 라임·씽씽·킥고잉 3강 구도에 균열을 낸 것이다. 반면 지난 해 10월 2위였던 라임은 지난 해 12월엔 4위로 밀려났다.
타 업체들도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요금제 조정에 돌입했다. 씽씽은 오는 5월 중순부터 새로운 요금제를 적용할 예정이다. 평일 기준 첫 5분간 1,000원이었던 기본료를 잠금 해제시 300원으로 낮췄다. 주행 요금은 소폭 인상했지만, 변경된 요금제를 적용할 경우 주말과 심야 기준 첫 5분 간 사용료는 기존보다 저렴하다. 단거리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씽씽은 출퇴근 패스 등 할인 패키지 출시를, 킥고잉은 할인쿠폰 지급을 늘리는 등 공격적인 할인 마케팅도 이어지고 있다.
치열한 가격 경쟁의 배경으로는 업체 난립이 지목된다. 지난 2018년 킥고잉이 국내 최초로 공유킥보드 시장에 발을 들인 후 3년 만인 2021년 현재 전동킥보드 업체는 18곳까지 불어났다. 확실한 1등 없이 상위 5개 사업자가 엎치락뒤치락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주요 사업자인 라임, 씽씽 등은 현재 2만 대 가량인 운행 대수를 올해 말 3만대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출혈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공유킥보드 업체들은 대부분 적자다. 여기에 오는 5월부터 킥보드 운행 시 헬멧을 쓰도록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라 헬멧 보급에도 비용 지출이 예상되는 형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지출 등 불확실성이 크지만 과점시장이 돼야 수익성이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당분간 치열한 경쟁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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