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토종 백신 개발사 "이대론 백신 개발 포기...비교임상 도입해야"

[국내 백신 개발업계 정부에 호소]

위약 투여군 1년간 백신 못맞아

국내서 임상지원자 찾기 불가능

"판매 백신과 1대1 효능 비교가

국산화 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

위약군 추후 접종 절충안 제안도





“임상 참가자들 중 절반은 가짜(플라시보) 백신을 맞혀야 하는데 솔직히 저희도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진짜 백신을 맞을 수 있으니까요. 이대로 가면 백신 개발을 중도 포기하는 기업들도 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백신개발 A업체 대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자 토종 백신을 개발 중인 기업들이 임상 참가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비교임상’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교 임상은 이미 개발이 완료돼 판매 중인 백신과 개발중인 국산 백신의 효능을 1대1로 비교하는 방식이다. 가짜약을 활용해 비투약군을 비교군으로 삼는 기존 방식에 비해 참가자 모집이 훨씬 수월하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셀리드(2상), 제넥신(2·3상), SK바이오사이언스(1·2상), SK바이오사이언스(1상) 등은 정부 당국에 비교임상 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반적으로 백신 임상은 가짜약을 맞힌 투약군과 개발 중인 약을 맞힌 투약군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어느 그룹이 위약 투약군인지는 혹시 모를 결과의 왜곡을 위해 공개하지 않는다. A업체 대표는 “임상 참가자들은 적어도 1년 간은 해외 백신을 맞지 못하는데 아직 개발 중인 백신의 임상에 참가해달라고 요청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해외로 나가서 임상을 하는 곳들도 있지만 해외라고 지원자 모집이 쉬운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해외에 비해 개발 속도가 늦은 상황에서 임상 참가자 모집조차 어려운 상황이 되자 토종 코로나 백신 개발이 물 건너갈 수도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 백신 개발 업계가 대안으로 대규모 임상시험이 필요없는 비교임상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비교임상을 하려면 글로벌 백신이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다. 현재는 정부 차원에서 글로벌 백신을 구매하고 있어 각 제약사가 개별적으로 임상용 백신을 확보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백신 개발 업계는 글로벌 백신을 접종받았거나 접종 예정인 이들을 임상에 참가시키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B사 대표는 “제약사는 글로벌 백신 접종자들에 대한 접근 권한이 없지만 정부는 있다"며 “백신 접종자들이 임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주면 비교임상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비교임상을 활용한 사례는 지난 2017년 ‘국산 1호 대상포진 백신’을 내놨던 SK케미칼 사례가 있다. C사 대표는 “당시 국내 시장은 글로벌 제약사 MSD가 내놓은 해외 백신이 독점하고 있었다"면서 "이 때 SK케미칼이 MSD 백신에 비해 열등하지 않다는 비교임상 결과로 식약처 허가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비교임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백신 효과에 대한 공통 기준이 먼저 마련되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가 기존에 나와있는 백신과 개발 중인 백신의 면역가와 항체가를 비교할 수 있는 ‘면역대리지표(ICP)’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달부터 ‘코로나19 백신개발 ICP확립 태스트포스팀’을 구성해 WHO의 ICP 마련에 적극 협조하고 이 지표가 마련되면 곧바로 국내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초 자료 준비 등을 하기로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선진국들 입장에서는 굳이 후발 주자들을 위한 지표를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면서 “다만 현재 백신 확보가 불투명한 상황인만큼 정부가 자체 기준을 만들어 비교임상 자료로 국산 백신을 내수용으로라도 허가할 수는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제약사들은 비교임상이 어렵다면 임상에 참여한 위약 투약군들이 나중에라도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정부가 이들을 위한 백신을 따로 확보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최근 노바백스는 미국 및 멕시코에서 3만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가짜약 투약군과 진짜약 투약군 투약군에 1차적으로 약을 투약한 후 서로 약을 바꿔 투약하는 ‘교차 투약’ 방식을 도입했다. 위약군도 나중에 진짜 백신을 교차접종 받게돼 결과적으로 임상시험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바백스는 자체 백신이 있기 때문에 교차 투약이 가능하지만 국내 개발사들은 어렵다”며 “정부 차원에서 백신 참여자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마련해주면 임상이 더욱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원 기자 joowonmai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