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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배달앱에 투자 쏟아지지만…배달원 지위 문제에 골머리

올해 배달앱 투자액 80억 달러 넘어

동시에 배달원 지위 논의도 활발

'배달원=고용노동자' 판단 잇따르면

배달앱 향한 투자 열기 줄어들수도

/로이터연합뉴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전 세계 배달 앱 업계에 ‘양날의 검’이 됐다. 팬데믹 이후 이용자가 급증하자 배달 앱으로 투자금이 빠르게 몰리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팬데믹 이후 배달 기사가 많아지고, 이들의 노동 강도 및 처우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된 점은 악재가 됐다. 세계 곳곳에서 배달 기사를 자영업자가 아닌 고용된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사법 기관 및 당국의 판단이 나오며 배달 앱 업체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12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피치북의 데이터를 인용해 올 들어 벤처캐피털이 배달 앱 업체에 투자한 금액이 80억 달러(약 9조 원)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이자 60억 달러에 약간 못 미쳤던 2020년 전체 투자 조달 규모를 벌써 능가한 것이다. 배달 앱 업계는 단연 팬데믹 효과를 톡톡히 봤다. 재택근무와 원격 수업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동시에 식당들도 실내 영업보다 배달 서비스에 집중한 덕이다. 바이러스 유행이 시작된 이후 전 세계 배달 앱 업체에 몰린 투자액은 약 140억 달러에 달한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며 봉쇄가 완화되는 상황에서도 배달 앱의 인기는 이어지고 있다. 터키에 본사를 든 초고속 배달 서비스 게티르(Getir)는 지난 1월 1억 2,8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지난달에만 3억 달러를 추가로 유치했다. 미국 필라데피아에 본사를 둔 배달업체 고퍼프의 기업가치는 6개월 만에 두 배로 올라 89억 달러로 평가됐다. 스페인 배달 앱 글로보(Glovo)도 4억 5,000만 유로의 투자금을 조달했다. 오스카 피에르 글로보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배달 앱 업계가 계속 웃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국 배달 앱 업체 딜리버루의 사례는 이들을 불안하게 한다. 영국을 비롯한 세계 12개국 800여 개 도시에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 딜리버루는 상장을 위해 아마존과 듀러블캐피털 등 투자가들로부터 1억 8,000만 달러의 자금 조달하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런던 증시에 상장한 딜리버루의 주가는 거래 시작 직후 30% 떨어졌다. 시가총액도 거래 초반 76억 파운드(약 12조 원)로 출발했으나 장중 최대 22억 8,000만 파운드가 줄었다.

딜리버루의 ‘실패’는 배달 기사와 같은 긱 경제 노동자(플랫폼 노동자를 포함한 단기 계약직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둘러싼 우려와 직결된다. 지난 2월 영국 대법원은 우버가 운전기사의 임금과 계약조건, 노동 규율을 감시하기 때문에 운전기사를 고용된 노동자로 봐야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후 우버는 영국에서 플랫폼을 이용하는 운전기사 7만 명 이상을 노동자로 대우한다고 발표하고, 이에 따라 최저임금(시간당 8.72 파운드)과 유급 휴가, 연금 혜택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투자업계가 긱 경제 노동자의 지위를 드높이는 당국의 판단이 잇따르는 상황이 플랫폼 업체에 부담되리라고 내다본 것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뿐만이 아니다.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긱 경제 노동자의 지위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11일 스페인에서는 플랫폼 업체를 이용해 일하는 음식배달 노동자들을 자영업자가 아닌 피고용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안이 발표됐다. 즉 배달 노동자들도 집단교섭과 같은 노동자의 권리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미 경제방송 CNBC도 유럽연합의 행정부 격인 EU집행위가 긱 경제 노동자의 지위와 권리에 대한 개혁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배달 앱 업체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는 배달 기사들을 직접 고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측은 “배달 기사들은 자전거와 같은 장비를 제공받고, 법규에 따른 고용보험과 최저임금의 혜택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부분 업체는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스페인 기반 배달 앱 글로보의 창립자인 사차 미쇼는 스페인에서 발표된 법안을 두고 “유럽에서 가장 엄격한 규제”에 직면했다며 “법에 따르겠지만 오히려 배달 기사들은 엄격한 고용보다는 유연한 고용 모델을 선호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배달 기사로 일하는 사람들이 전업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팬데믹으로 줄어든 수입을 보충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딜리버루 역시 스페인 정부의 조치는 “노동자 수 감소와 배달 서비스 지역의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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