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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반도체는 인프라"…칩생산 세계 5위→1위 도약 '야심'

['반도체 패권전쟁' 선포한 美]

  500억弗 지원, 생산 점유율 12%서 24%로 올려

  韓·中 등에 뺏긴 메모리·파운드리시장 주도권 탈환

  일자리 창출·제조업 부활 '두토끼 잡기' 노림수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CEO 서밋에 참가해 반도체 칩의 원판 격인 웨이퍼를 들어보이며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990년 미국의 반도체 생산 점유율은 37%로 유럽(44%)에 이어 2위였다. 전 세계 반도체 10개 중 4개가량이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2020년 미국의 점유율은 12%로 곤두박질쳤다.

이유는 간명하다. 대규모 투자 부담, 높은 인건비 등을 이유로 제조업을 외면하면서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주도권을 한국과 대만에 모두 빼앗겼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일류 기업이 즐비해도 제조는 외국에 철저히 종속되는 반쪽짜리 반도체 강국으로 전락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웨이퍼를 들어 보이며 “반도체는 인프라”라고 밝힌 것은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그는 이날 “우리는 20세기 중반 세계를 주도하고 20세기 말에도 세계를 주도했다”며 “우리는 다시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반도체 생산부터 판매, 연구개발(R&D)까지 명실상부한 최강국이 되겠다는 뜻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국의 기술 기업들이 대거 참여한 백악관 회의에서 직접 웨이퍼를 들고 발언한 것은 반도체가 국가 안보 및 기술 패권의 알파요 오메가임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된 연출로 볼 수 있다.

미국은 반도체를 일자리와 제조업 부활의 핵심으로 여기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앞서 발표한 2조 2,500억 달러(약 2,500조 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에 반도체 산업 지원책 500억 달러를 포함시켰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에 500억 달러의 연방정부 지원이 이뤄지면 미국 내 19개 반도체 공장이 새로 세워지고 7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또 12%인 미국의 반도체 생산 점유율은 24%로 뛰어오른다.

특히 반도체는 배터리·전기차·자율주행·스마트시티·슈퍼컴퓨터 등 미래 산업은 물론 첨단 무기 등 군수산업도 이끄는 심장과 같은 존재다. 이는 바이든이 “반도체가 인프라 그 자체”라고 발언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눈에 띄는 것은 “미국이 어제의 인프라를 수리하는 게 아니라 오늘의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이다. 단순히 ‘TSMC·삼성전자에 미국 칩을 우선적으로 만들어 달라’는 주문에서 더 나아가 ‘미국 내에서 직접 칩을 만들라’는 압박을 넣었을 것임을 유추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그토록 원하는 일자리 창출과도 연계된 것이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홍보용 영상에서 1967년식 제너럴모터스(GM)의 스포츠카 콜벳 스팅레이를 몰고 나와 전기차 분야에서 미국이 다시 세계 1위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 계획은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미국을 재건하고, 공급망을 보호하고,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산업 주도권 확보에 대중 견제 측면이 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워싱턴 안팎에서는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이 동아시아 지역에 몰려 있다는 비판이 계속 흘러나온다. 반도체가 산업의 쌀이고 군사용 무기 제작에 전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을 옥죌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면서 치명적인 카드가 반도체다. 그런 맥락에서 이날 백악관 회의는 본격적인 반도체 전쟁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반도체 산업에 책정된 500억 달러는 각종 보조금으로 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춰 인텔을 비롯한 주요 업체들은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이유로 삼성전자 같은 해외 기업에 미국 내 투자와 생산 확대를 추가로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중국과 한국·대만·일본 등은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 각종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미국은 이런 게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연방정부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말이지만 거꾸로 미국 정부가 주요국의 반도체 산업 지원책을 불공정 사례로 지목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분쟁 합의에 깊숙이 개입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미국발 반도체 전쟁이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주도로 생산 시설 재편이 이뤄질 확률이 높고 과도한 투자 경쟁에 ‘치킨게임’이 재연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은 일본과 한국·대만·중국 등에 반도체 산업의 기반을 빼앗겨왔다”며 “업계에서는 이것이 주로 미국 내 공장 신설을 어렵게 만드는 경쟁국 정부의 보조금 때문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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