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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가스터빈 세계 5번째 개발했는데…美 견제에 수출길 막히나

■美, 이번엔 韓 가스터빈 타깃

국내 업체 이제 막 걸음마 뗀 수준

글로벌 업체와 경쟁 사실상 불가능

탈탄소로 시장 커지자 美 진입장벽

정부 2030년 세계 톱4 목표 했지만

해외는 커녕 국내 수주도 쉽잖을듯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그린 뉴딜 현장인 경남 창원시 두산중공업을 방문, 가스터빈 고온 부품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정부의 가스터빈 지원책을 문제 삼는 미국의 속내는 결국 자국 제품을 계속 사용하라는 의미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국내 업체로서는 정부의 지원 없이는 미국과의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첨단산업뿐 아니라 에너지 산업에서도 자국 업체를 노골적으로 감싸고 도는 미국의 행태에 국내 산업계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미중 간의 패권 전쟁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전략산업에 대한 미국의 견제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관계 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에 들어간 가스터빈 전량(158기)은 외국산이다. 같은 규격의 가스터빈이어도 제조사가 다른 경우 블레이드나 베인 등 하위 부품이 호환되지 않도록 설계되기 때문에 부품들도 대부분 외국 업체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사전 대책 없이 정부가 탈원전·탈석탄 정책의 대안으로 LNG 발전을 늘리는 터라 외국 기업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11월 가스터빈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은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다. 산업부는 공공 발전소에 투입할 발전기의 성능과 기자재 규격 등을 새로 정립하기로 했는데, 국내 업체가 기성품으로 시장을 주름잡는 해외 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발전사가 새로운 규격을 도입하는 것은 지금껏 시장에 없던 물건을 주문하는 셈”라며 “국내 업체가 기성품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글로벌 업체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는 터라 정부가 새로운 시장을 열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이어 조 바이든 정부에서도 우리 정부 대책에 문제가 있다고 재차 언급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제너럴일렉트릭(GE) 등 자국 업체에 불리한 조건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우리 정부의 가스터빈 경쟁력 강화 방침이 사실상 국산품 우대 정책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며 “우리 정부가 개입하지 않았으면 GE가 신규 발주 물량을 독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있는 만큼 미국의 압박은 시간이 갈수록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 세계적인 탈탄소 추세에 따라 LNG 발전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신규 업체의 시장 진출을 막으려는 미국의 견제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향후 입찰 과정에서 국산 제품이 채택되는 사례를 수집해 대응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압박이 이어지면 발전 공기업으로서는 국내 업체에 내주는 물량을 조절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제 막 시장에 진입한 국산 가스터빈 업체는 납품 실적이 전무한 터라 공공 발주 물량 이외에 마땅한 수요처를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트랙 레코드’가 쌓이지 않으면 납품처를 찾지 못해 제품을 소량으로 만들어야 하고 결국 대량생산 체계를 갖춘 글로벌 업체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2030년 가스터빈 산업 글로벌 4강’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해외는커녕 국내에서도 입지를 굳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간 발전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 전력 시장에서는 효율이 좋은 LNG 발전 전력부터 사들이기 때문에 효율은 곧 수익과 직결된다”며 “검증이 안 된 국산 가스터빈을 쓰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가스터빈으로 에너지 산업에 견제를 시작한 만큼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 외에도 원자력발전·고속철도·헤저케이블·드론·우주항공 등 중국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산업에서도 자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견제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미 미국은 1년 내 공급망 검토 산업으로 △방위산업 △공중 보건 및 생물학적 위기 관리 △정보통신기술(ICT) △에너지 △운송 △농산품 등을 선정했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핵심 기술력 보유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홍콩·위구르 문제에 대해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미국과 같은 목소리를 내는 일본에 중국이 보복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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