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요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의 집단 반성문 성격의 ‘서약서’가 줄줄이 중국 규제 당국의 홈페이지에 내걸렸다. 미국과의 본격적인 패권 경쟁을 앞두고 우선 테크(기술) 기업의 ‘군기 잡기’부터 해야 한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셈이다. 중국의 기업 규제가 공산당식 인민재판과 자아비판으로 흐른다는 지적도 있다.
15일 중국 반독점 규제 기관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홈페이지에서 ‘인터넷 플랫폼 기업이 사회에 공개한 의법합규(依法合規) 경영 승락’ 이라는 공지문을 발표했다. 의법합규는 법을 따르고 규범도 지키겠다는 중국식 조어다.
전일 1차 기업 발표에 이어 이날은 2차 기업 발표가 있었다. 2차 발표에는 중국의 대표적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와 공유 차량 업체 디디추싱, 짧은 동영상 업체인 콰이서우 등 11개 기업이 이름과 서약서를 올렸다. 앞서 전날에는 중국의 대표 포털 바이두, 전자 상거래 업체 징둥 등 12개사가 같은 유형의 서약서를 내놓았다.
문서에는 업체들이 각자 반독점 관련 약속을 제시했다. 각 기업마다 제시한 내용은 비슷했다. 예를 들면 텐센트는 △의법합규 경영 △플랫폼 내 입점 기업의 선택권 존중 △반독점 △공정 경쟁 △지식재산권 보호 △소비자 권리 보호 등 11개 사항을 적시했다.
관리총국은 “이들 기업의 약속을 사회 각계가 잘 감독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관리총국은 지난 13일 34개 주요 인터넷 플랫폼 기업을 한꺼번에 불러 알리바바 사례를 언급하며 “위법행위가 있으면 자수하라”고 엄포를 놓았는데 이것이 그 결과물인 셈이다. 34개사 가운데 남은 아이치이·어러머·당당왕·취날 등 11개사의 서약서는 16일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공개 석상에서 “중국 금융은 전당포 방식”이라고 비판한 후 진행된 중국 정부의 인터넷 산업 규제가 절정으로 치닫는 셈이다. 급성장한 인터넷 기업과 기업가들이 체제에 대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기 전에 미리 억누르겠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갈등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내부 단속 효과도 있는 셈이다.
집단 반성문 같은 이런 서약서가 공산당식 인민재판과 자아비판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도 논란이다. 이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약 내용이 마치 한 사람이 불러준 것처럼 “모두 놀랍도록 비슷한 어조로 결의를 표현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서약서 제출에서 알리바바는 빠졌는데 이는 앞서 반독점 위반으로 무려 3조 원대의 벌금을 부과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알리바바 측은 “당국의 지시를 확실히 이행하겠다. 플랫폼의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고 항복했다. 중국 법률에도 당연히 이의 신청이 가능하지만 알리바바는 이와 관련해서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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