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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처럼 EUV 20대에 1.2조 환급"…초격차, 정책 속도가 관건"

[靑 확대경제장관회의 'K반도체 육성안' 논의]

기업 "파운드리 설비 고도화 부담"에…세액 공제 상향 검토

소부장 클러스터 용인 등에 조성, 연관산업과 생태계 구축도

이석희(왼쪽)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제인들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들으며 메모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정부가 미국·중국 등 주요국의 ‘반도체 육성책’에 대응해 대규모 세제 감면 및 인프라 지원 확대 등의 K반도체 육성책 초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용인 등 수도권에 소재·부품·장비 특화 클러스터를 만들어 한국을 중심으로 한 ‘K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정부의 이 같은 지원책으로 삼성전자의 2030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 1위 등극을 위한 핵심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도입 등 국내 파운드리 공장 증설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지원 정책의 속도다. 미국의 반도체 패권이 우리 반도체 기업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만큼 지금까지와는 다른 파격적인 인센티브 정책을 내놓고 정책 집행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과 중국은 물론 유럽연합(EU)까지 반도체 산업을 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의사 결정도 이 같은 관점에서 이뤄지는 만큼 지원 정책에 발맞춰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15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산업통상자원부는 K반도체 벨트 전략의 초안을 공개했다.



산업부가 공개한 K반도체 전략의 골자는 핵심 기술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다. 실제 반도체 산업은 매년 수십조 원의 투자가 필수인 ‘쩐의 전쟁’으로 흐르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인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80억 달러(약 32조 원)를 반도체 시설 부문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올해 예상 투자액(275억 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TSMC가 파운드리 한 분야에만 투자를 진행하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등에 나눠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서 불리한 구도다. 게다가 삼성전자의 국내 투자는 세금에 있어 불리하다. 현재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은 국내에 시설투자를 할 경우 3%, 연구개발(R&D) 투자 시 20%를 각각 법인세에서 세액공제받을 수 있다. 반면 중소기업은 시설투자 시 6%, R&D 투자 시 40%를 세액공제받을 수 있어 삼성전자 대비 세제 혜택이 두 배다.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심이 돼 ‘반도체 패권 회복’을 선언한 미국은 다르다. 미국은 자국에 반도체 설비투자를 단행할 경우 관련 투자액의 40%를 세액공제해주는 ‘칩스 포 아메리카 법안(CHIPS for America Act)’을 발의한 상황이다. TSMC가 향후 360억 달러를 쏟아부어 미국에 6곳의 파운드리 공장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경우 TSMC에 막대한 이익이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TSMC가 관련 세제 혜택을 다시 투자에 쏟아부으며 ‘규모의 경제’를 더욱 키워나갈 경우 현재 세 배가량 차이가 나는 삼성전자와 TSMC의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는 한층 좁히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가 세액공제 혜택이 높고 글로벌 정보기술(IT) 생태계의 중심인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증설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현행 세액공제율을 대폭 상향할 경우 삼성전자는 전략적인 미국행뿐만 아니라 국내 평택 등에 더 과감한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 업계에서 반도체 설비투자 시 세액공제율을 50%로 높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가능성 등을 고려해 미국 수준의 세액공제율 상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미국 수준의 세액공제율 40%가 적용된다면 삼성전자는 약 3조 원을 들여 EUV 노광 장비 20대(1대당 1,500억 원 수준)를 구입할 경우 1조 2,000억 원의 법인세 환급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단일 사업에 집중해 있는 TSMC 대비 챙겨야 할 곳이 많아 투자 여력이 부족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정부의 세율 변경으로 한층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해지게 되는 셈이다.

SK하이닉스 또한 2025년까지 EUV 장비 구입을 위해 4조 7,549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만큼 약 1조 9,000억 원의 법인세 환급이 가능하다. SK하이닉스는 D램 제조에 EUV 장비를 활용할 계획이어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 지위는 보다 굳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같은 K반도체 벨트 전략의 핵심인 세액공제율 상향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세액공제율 상향으로 법인세수 감소를 우려하는 기획재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세액공제 같은 세제 변경 사안은 시행령이 아닌 법률 개정 사안인 점 또한 넘어야 할 산 중 하나다. 국회의 협조 없이는 반도체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탄생할 수 없는 셈이다.

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세액공제 확대 혜택과 관련해 국제 무역 기구 등에서 ‘우회적 보조금 지원’이라며 태클을 걸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 관계자가 “미국이나 중국 등 주요국들의 반도체 관련 입법 상황을 보고 반도체 관련 특별법 제정 등으로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힌 것 또한 이 같은 우려 때문이다. 한 통상 전문가는 “최근 WTO가 유명무실해졌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미국은 WTO와 관계없이 우리 정부의 반도체 세제 혜택에 대해 딴지를 걸 수 있다”며 “다만 미국 내부에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억누를 경우 중국 반도체 산업을 키워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실제 미국이 태클을 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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