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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제약사' 정부의 섣부른 한마디…백신주는 이틀간 요동

"해외백신 8월 한곳서 위탁생산" 발표

이튿날엔 "러시아산 아니다" 덧붙여

녹십자·휴온스 등 주가 롤러코스터

"정부가 미리 수주 공시한 셈" 비판

15일 서울 양천구 목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8월 국내 제약사 한 곳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해외 백신을 위탁 생산할 것이라는 정부의 섣부른 발표에 국내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정부가 위탁 생산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어떤 백신이 어떤 제약사를 통해 얼마나 생산되는지 등은 전혀 밝히지 않아 투자자들 사이에서 온갖 추측이 난무하며 유력한 기업의 주식에 ‘베팅’하는 듯한 양상이 펼쳐졌다. 일각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최근 증시가 작은 호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성급한 발표가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녹십자(006280)·한미약품(128940)·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등 백신 위탁 생산이 가능한 국내 기업들은 전날인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주가가 급등과 급락을 반복했다. 정부가 발표한 해외 승인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대량생산 업체로 이들 기업이 거론되면서다. 전날인 15일 백영하 범정부백신도입태스크포스(TF) 백신도입총괄팀장은 “국내 제약사가 해외에서 승인된 백신을 생산하는 것에 대해 구체적인 계약 체결을 진행 중”이라며 “이에 따라 8월부터는 승인된 백신이 국내에서 대량으로 생산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정부는 계약 문제를 거론하며 구체적으로 위탁 생산을 진행할 국내 제약사의 이름과 백신 종류는 밝히지 않아 혼란을 빚었다.

실제 정부가 발표한 모 제약사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 녹십자의 경우 전날 장 중 15.99% 급등해 41만 7,000원까지 주가가 치솟았다가 이튿날에는 장 중 5.93% 하락했다. 휴온스글로벌(084110)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950210) 등의 기업들이 러시아가 개발한 ‘스푸트니크V’ 백신 위탁 생산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주가가 하락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정부가 “해당 백신은 러시아산 백신이 아니다”라고 발표하며 장 초반 18% 이상 상승했던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4%대로 상승 폭이 축소되고 녹십자와 한미약품·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하락 폭을 줄이거나 상승 전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야말로 정부의 말 한마디에 백신 기업들의 주가가 요동을 친 셈이다. 더구나 최근 남양유업이 검증되지도 않은 자사 제품이 마치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 것 같은 발표를 했다가 당국으로부터 고발을 당하기도 한 상황에서 기업에 이어 정부마저 코로나19 관련 주의 급등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시에서 정부 측의 발언은 가장 믿을 만한 재료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이번 사건은 사전에 호재성 소식을 알린 셈으로 기업이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면 불공정 거래로 여겨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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