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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90년대생은 아이디어 자판기가 아니에요





“역시 90년대생이 해야겠지? 이런 건?” 그 말에 회의실에 모여 있던 팀원들의 시선이 죄다 내게로 향했다. 아, 너무 익숙해서 지겨운 저 표정들. 이른바 ‘요즘 애들’의 반짝이는, 통통 튀는, 재치 있는, 뭔가 색다른, 아무튼 그 무언가를 기대하는 얼굴. 정말이지 너무나 부담스러운, 그 밑도 끝도 없는 헛된 기대들. 나는 막 1990년대에 태어난데다 이제 한 살만 더 먹으면 서른이었다. 하지만 저들은―심지어 일부는 나와 몇 살 차이 나지도 않으면서―언제나 내게서 ‘20대 느낌’ ‘요즘 감성’ ‘밀레니얼 취향’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맡겨놓기라도 한 양 내놓으라고 닦달했다. (장류진, ‘달까지 가자’, 2021년 창비 펴냄)

데뷔작 ‘일의 기쁨과 슬픔’으로 2030 직장인들을 열광하게 했던 장류진 작가의 첫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가 장안의 화제다. 흙수저 직장인들이 가상화폐에 올인해 인생역전을 꿈꾸는 조마조마한 투자 과정을 그려낸 줄거리만큼이나, 직급 낮은 젊은 직장인들이 매일 회사에서 겪는 온갖 피로와 절망을 세밀하게 묘사한 에피소드들도 강렬하다. 조직 내에서 기성세대들은 자꾸만 젊은 직장인들을 닦달한다. 이들에게 내어주는 기반과 물질적 지원은 극히 적으면서도, 그 젊은 시선과 의욕으로 아이디어든 뭐든 회사에서 돈 될 만한 새로운 걸 내놓아보라고 요구한다. ‘젊은 사람이 왜 그래?’ ‘이런 건 젊은 사람들이 해야지.’ 짐짓 기회를 주는 듯 보이지만, 그저 회사에서 젊다는 이유로 추가업무와 스트레스를 떠안는 경우가 대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의 젊음은 타성에 묶인 기성세대와 조직에 아이디어를 헌납하기 위한 것이 아님에도.



끊임없이 등급이 매겨지고 실적에 대한 책임을 전가받으며 그놈의 ‘젊은 아이디어’에까지 고통받던 주인공들이 끝내 택한 탈출수단은 아득하고 불안하지만 코인열차에 탑승하는 것이었다. 좀처럼 바뀌지 않는 지겹고 완고한 현실 속에서 오직 코인만이 요동쳤기 때문이다.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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