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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00만명에 중금리 대출 32조 공급… “생색은 정부가, 부담은 은행 몫”

금융당국, 법정최고금리 인하 후속 조치

"중·저신용자들이 사채 시장 몰리지 않아야"

중금리 대출 확대해 서민 지원 취지에도

금융권, 연체율 상승에 건전성 훼손 우려

시중은행 대출 창구의 모습. /연합뉴스




금융 당국이 법정 최고 금리 인하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금리 대출 확대 방안을 내놓았다. 지난해 11조 원 규모였던 중금리 대출 시장을 올해 32조 원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게 골자다. 또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이 계획안만큼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지 않을 경우 신사업 진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25일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금리 대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중금리 대출은 신용 점수 하위 50%의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6~14% 금리의 개인 신용 대출이다.

금융 당국이 세운 올해 중금리 대출 공급 목표는 32조 원가량이다. 지난해 기준 중금리 대출 규모는 14조 7,000억 원(이하 잔액 기준)이었다. 개편안을 통해 올해부터 덩치를 키워 올해 200만명에 32조 원, 내년에는 220만명에 35조 원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핵심 수단은 크게 두 갈래다. 우선 중금리 대출 인정 요건을 완화했다. 요건이 느슨해진 만큼 중금리 대출로 인정되는 개인 신용 대출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실제로 요건만 바꿔도 지난해 기준 중금리 대출 규모는 28조 3,000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다만 법정 최고 금리 인하에 맞춰 중금리 대출의 금리 상한 요건은 업권별로 3.5%포인트 낮췄다.

규제 인센티브 체계 마련도 중금리 대출 확대를 위한 주요 수단 중 하나다. 가계부채 총량 관리 목표에서 중금리 대출 일부 실적을 제외하고 경영 실태 평가에서 가점을 부여한다는 게 금융 당국의 계획이다.

다만 금융 당국은 고신용자를 중심으로 중금리 대출을 팔아온 인터넷 전문은행에 강력한 규제책을 적용한다. 공급 계획을 마련한 뒤 실적이 미달할 경우 신사업 진출을 제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중금리 대출 개선 방안은 법정 최고 금리 인하 후속 조치의 일환이다. 지난 3월 정부는 최고 금리를 24%에서 20%로 낮추는 법안 시행령을 통과시킨 바 있다. 정부는 정책 서민금융 공급 체계 개편을 시작으로 오는 7월 7일 시행 이전에 이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는 안전판 차원에서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 중금리 대출 확대 방안을 내놓은 것도 법정 최고 금리 인하에 따라 중·저신용자들이 금융권에서 소외돼 불법 사채 시장으로 몰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사실상 은행 등이 신용도가 낮은 차주에게 중금리 대출을 확대할 경우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금융 건전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또 은행권의 공급 확대를 위해 중금리 대출 일부는 가계 부채 증가율 계산에서 예외로 인정해주기로 하면서 가계 대출 억제라는 정부 기조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있다.

25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중금리 대출 제도 개선 방안에는 요건 완화와 금융회사 인센티브 확대 등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안 등이 담겼다.



중금리 대출은 중신용자가 주요 타깃인 민간 개인 신용대출 상품이다. 중금리 대출은 서울보증보험의 보증부 신용대출인 ‘사잇돌대출’과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공급하는 비보증 민간 중금리 대출로 구분된다. 지난해 말 기준 중금리 대출 잔액은 14조 7,000억 원으로 2016년(1조 3,000억 원) 대비 10배 가까이 늘었다.

문제는 중금리 대출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금리가 14% 이상인 대출의 비중이 54.4%에 달한다는 점이다. 대부분 중금리 대출이 저축은행에서만 취급됐던 게 원인이다. 실제로 저축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17조 4,000억 원 중 8조 4,000억 원(48.3%)이 민간 중금리 대출이었다. 지난해 신규 공급된 중금리 대출 중 74.5%가 저축은행에서 나왔다.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과 고신용자 사이의 ‘금리단층(금리 편차)’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금융위가 내놓은 게 인센티브 체계 도입이다. 우선 ‘신용점수 하위 50%(기존 신용등급 4등급 이하) 차주’에게 실행되고 금리 상한 요건을 충족하는 모든 비보증부 신용대출이라면 중금리 대출 실적으로 인정받는다. 또 가중평균금리 요건을 없애고 금리 상한은 낮췄다. 은행 10.0%→6.5%, 상호금융 12.0%→8.5%, 카드사 14.5%→11.0%, 캐피털 17.5%→14.5%, 저축은행은 19.5%→16.0%로 각각 인하됐다.

요건 변경만으로 중금리 대출 시장은 두 배가량 덩치가 커진다. 지난해 잔액 기준 14조 7,000억 원이었던 중금리 대출 공급액은 개정 요건을 적용하면 28조 3,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금융위는 이번 개편안으로 올해 약 200만 명에게 32조 원, 내년에는 약 220만 명에 35조 원의 중금리 대출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했다.

인센티브가 충분한 만큼 실적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는 게 금융 당국의 전망이다. 특히 은행권의 자율적인 공급 확대를 위해 중금리 대출 공급액 일부를 가계 부채 증가율 계산 시 예외로 인정해주고 실적을 경영실태평가에도 반영하기로 했다. 다만 은행은 자율적으로 연간 중금리 대출 공급 계획을 마련해 공개하고 분기별로 공급 실적을 비교·공시해야 한다.

중금리 대출 시장의 주도권도 은행과 카드사로 바뀌게 된다. 은행의 금리 상한은 6.5%, 카드사는 11.0%다. 개정 요건을 적용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의 중금리 대출 잔액은 9조 8,000억 원으로 전체의 34.6%를 차지한다. 카드사는 10조 7,000억 원으로 37.8%다.

특히 신용위험 50% 이하 중·저신용층 대상 신용대출 비중이 12.1%에 불과한 인터넷 전문은행에는 강도 높은 규제책도 적용된다. 중금리 대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공시하도록 한 뒤 실적이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신사업 진출을 막겠다는 게 금융위의 복안이다. 또 신규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 시에도 중금리 대출 공급 계획을 면밀히 심사할 계획이다.

이 같은 중금리 대출 제도 개선 방안을 두고 ‘금융권 팔 비틀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금융권이 자율적으로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도록 유도하겠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경영실태평가에 가점을 부여하는 것에 더불어 공급 계획과 실적을 공시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줄 세우기라는 것이 금융권의 불만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와 마찬가지로 생색은 정부가 내면서 부담은 금융사가 지는 꼴”이라며 “사실상 반강제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또 중금리 대출 활성화가 가계 부채 심화나 연체율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중에는 연체를 자주하는 고객도 있는데 최고 금리를 일괄적으로 내리면 건전성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부실이 발생하면 결국 금융기관의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ksh25th@sedaily.com,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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