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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원희목 "코로나 백신 논란, 컨트롤타워 부재 탓…대통령 직속 기구 필요"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민간 기업·전문가들과 소통하고 협력…'책임 정책'으로 신속 대응해야

감염병 백신은 개발해도 리스크 지속, 정부 손실보상제 등 제도 지원을

K바이오, R&D역량 축적·오픈 이노베이션 활성화로 기술 수출 성과도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성형주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정부에 의견을 내는 전문가 채널이 부족했습니다. 장기화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백신 주권 확보를 생각하면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대통령 직속으로 백신 관련 컨트롤타워를 설치해 민간 기업, 전문가들과 소통을 하고 책임 있는 결단을 신속히 내려 대응해야 합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최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협회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우리나라가 이스라엘을 비롯해 미국 등 선진국 등에 비해 백신 접종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는 현상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원 회장은 아쉬움을 나타내는 데 그치지 않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컬래버(협력)의 중심이 될 수 있는 대통령 직속 컨트롤타워가 실기하지 않고 필요한 의사 결정을 그때그때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담=김민형 바이오IT부장 kmh204@sedaily.com

“대통령 직속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 해왔습니다. 그 기구는 조율 기능을 가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공무원과 전문가 등이 그 기구에서 모여 논의를 하고 필요한 결정을 하는 거죠. 거기에서 숙성이 돼 결정된 사안을 대통령이 추진하는 겁니다. 그러면 부처 간 칸막이가 있을 수 없겠죠. 국내외 백신 상황을 살펴 가며 업계와 전문가 등 여러 채널의 의견을 수렴해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다시 말해 컬래버의 중심이 되는 기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원 회장은 코로나19 대응뿐만 아니라 제약·바이오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업계가 끌고 정부가 밀어주는 민관 협력은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을 가능하게 하고 나아가 제약·바이오 산업을 대한민국 3대 주력 기간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며 “이런 일들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산업 혁신과 성장을 촉진할 미래지향적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의약품 개발부터 글로벌 진출까지 전 주기를 지원하는 정책 개발을 관장할 대통령 직속 컨트롤타워가 설치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에게 에두르지 않고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아직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지 못한 이유를 물었다. 원 회장은 정부의 지원과 업계의 역량 모두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때 선진국은 대규모 정부 투자를 통해 약 1년 만에 제약사가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며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국내 제약 업계는 개발 역량, 임상 시험 등 기초 체력이 약한데 자금력 지원까지 부족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경우 ‘초고속 작전’을 통해 기업별로 투자한 금액은 △아스트라제네카(AZ) 12억 달러 △존슨앤드존슨 15억 달러 △노바백스 16억 달러 △화이자 19억 5,000만 달러에 달한다. 모더나의 경우 백신 개발에 투입한 20억 달러 대부분이 정부 예산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은 “우리 정부가 업계 전체에 백신 개발을 위해 지원한 예산은 1,200억 원대 수준에 불과하다”며 “그마저도 원료 물질 개발 등 백신 전체 개발 과정에서 자금이 비교적 적게 드는 앞 단계에 집중됐다”고 전했다.

아직 더딘 발걸음이지만 국내 백신 개발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게 원 회장의 신념이다. 원 회장은 “백신 개발은 성공 확률이 높지 않고 유망 후보 물질을 발굴해도 임상을 하려면 오랜 시간이 소요돼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며 “특히 백신은 환자가 아닌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피험자를 모집해야 해 대상자를 모집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성공 확률이 낮고 개발이 어려워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끝까지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더 길어지면 백신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고 바이러스 변이나 다른 감염병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장기적으로 자체 대응 가능한 개발 기술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원 회장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손실보상제도’ 등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염병 백신은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감염병 대유행이 지나게 되면 백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기업은 치명적인 손실을 입을 수 있습니다. 기업이 혼자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기는 쉽지 않죠. 국민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는 감염병에 대해서는 산업계가 백신 개발을 주도하고 국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형태의 전략 수립이 필요합니다. 팬데믹 종료 이후에도 개발 중인 의약품이 실제 시장에 출시될 수 있도록 손실보장제 도입 등의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성형주기자


화제를 코로나19 백신에서 ‘K바이오’의 선전으로 돌렸다. 원 회장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제약·바이오 회사가 기술수출한 금액은 모두 4조 3,366억 원(나이벡 수출 금액 제외)이다. 지난 2020년(10조 1,488억 원)의 42.7%, 2019년(8조 5,165억 원)의 50.9% 실적을 1분기 만에 달성한 것이다. 그는 이 같은 선전의 배경으로 국내 업체의 연구개발(R&D) 역량 강화, 활성화한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을 꼽았다.

“그동안 꾸준히 쌓아온 R&D 역량이 최근 수년간 기술수출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만큼 해외 빅파마가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후보 물질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글로벌 신약 개발 트렌드는 자체적으로 후보 물질을 발굴해 출시하는 것에서 전 세계 기업의 유망 후보 물질을 들여오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자체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해 성공하는 데 한계를 느끼자 기업 간 경계를 허무는 오픈 이노베이션에 적극 나서는 것이죠. 기술수출은 규모가 제각각이고 계약에 따라서는 공개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반드시 기술수출 규모가 점차 커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앞으로도 기술수출 사례는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원 회장은 글로벌 빅파마들과 비교해 개별 기업들의 체력이 부족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현실을 감안할 때 오픈 이노베이션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별 기업이 글로벌 혁신 신약을 개발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기업이 보유한 생산·연구·인력 등 인프라를 공유하고 바이오 벤처 등이 보유한 유망 기술을 상업화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지만 일상적인 협력 논의가 산업계 전반에서 활발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 회장은 한 발 더나가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GOI)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나아가 국내에서의 오픈 이노베이션에 그치지 말고 미국 보스턴 등 해외 현지에 직접 진출해 선진국 시장의 산·학·연·병·정(산업계·학계·연구소·병원·정부) 등과 협력하는 GOI를 가속화해야 한다”며 “국내 기업은 내수 시장에 머무르지 말고 각각 특화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적극 뛰어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협회는 현재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을 목표로 협업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GOI 지원 사업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회원사의 수요를 파악하고 회원사가 미국·유럽 등 선진국과 멕시코·독립국가연합(CIS) 등 ‘파머징 마켓(성장 가능성이 높고 임상 개발 비용은 낮은 신흥 제약 시장)’에 진출하도록 맞춤형 진출 지원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원 회장은 기술수출은 분명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지만 우리나라가 진정한 제약·바이오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수출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기술수출은 R&D 역량이 어느 정도 입증됐다는 증거”라면서 “하지만 우리나라가 제약 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 중간에 기술을 이전하는 데서 멈추지 말고 끝까지 개발을 이어가 신약까지 출시하는 경험과 역량을 쌓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원 회장은 이를 위해 업계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특히 초기 임상보다는 후기 임상에 대한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신약 개발을 완주하지 않고 기술수출을 한 것은 글로벌 임상 3상 등 후기 임상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임상 3상은 적게는 200억 원에서 많게는 5,0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자체 진행하기는 쉽지 않은 규모다. 원 회장은 “정부가 2018년 지원한 R&D 자금 3,576억 원의 56%가 후보 물질 발굴, 비임상 시험 등 초기 단계에 투입됐다”며 “임상(1·2·3상) 단계에 들어간 자금은 14.2%밖에 되지 않았고 임상 3상에 투입된 예산은 0.2%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원 회장은 이에 대한 해법 중 하나로 민관 협업을 제안했다. 그는 “신약 개발 자금 투자 생태계의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유럽의 혁신의약품이니셔티브(IMI)처럼 민간이 현물 출자하고 정부가 자금으로 지원하거나 투자한 후 이익을 나눠 갖는 구조의 한국형 블록버스터 혁신 신약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민관이 참여하는 1조 원 이상 초대형 메가 펀드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리=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 사진=성형주 기자

◇He is… △1954년 서울 △1977년 서울대 약학대학 △2003년 강원대 약학 박사 △2004~2008년 제 33·34대 대한약사회 회장·대한약학정보화재단 이사장 △2008~2012년 제 18대 국회의원 △2012~2017년 이화여대 약학대 헬스커뮤니케이션 연구원장 △2013~2015년 사회보장정보원 원장 △2013년~ 사단법인 백세시대나눔운동본부 상임대표 △2017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성형주기자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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