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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크리안자·우리銀, 항공기 3대 인수…팬데믹發 거래 가뭄 뚫어

크리안자·우리은행, 코로나 뚫고 와이드바디 3대 인수

코로나19 이후 아시아 항공기 금융 시장 첫 대형 거래 성사

싱가포르항공과 세일앤리스백..."중고기 가격 인상 기대"

크리안자가 싱가포르항공과 거래한 와이드바디(Wide Body) 3대




"우리 비행기는 공해로 진입했습니다"

지난 5월 15일 오후 5시(한국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이륙한 B787 공기 한 대가 공해(국제법상 어느 나라의 영역에도 속하지 않고 모든 국가에 개방되어 있는 바다)로 진입했다는 파일럿의 기내 방송이 끝나자 비행기 안에 탑승해있던 한국 크리안자에비에이션, 싱가포르항공, 에어버스 등을 대리해 나온 인수합병(M&A) 변호인들은 산더미처럼 쌓인 계약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A350(보잉)과 B787(에어버스) 등 와이드바디 3대를 인수하는 5,500억 원 규모의 거래. 세 대의 비행기가 공해 상에 머무는 8시간 남짓한 시간 안에 각 사의 대리인들은 인수 계약을 모두 마쳐야했다. 코로나19로 계약 현장에 갈 수 없었던 한국 크리안자 임직원들은 한국 사무실에서 컨퍼런스콜을 통해 들려오는 종이 넘기는 소리까지 숨을 죽이며 귀 기울였다.

16일 오전 0시 10분. 세 대 중 가장 늦게 이륙한 항공기의 계약까지 모두 성사됐다는 변호사의 축하 인사를 듣고서야 한국의 크리안자 사무실에서 안도의 박수 소리가 터졌다. 예기치 않은 팬데믹 사태로 전세계 항공기 금융시장이 1년 넘게 마비된 상황. 이번 거래는 팬데믹 이후 아시아 시장에서 성사된 첫 대형 거래였다. 국내에서 최초로 항공기 리스사를 설립해 지난 5년간 불모지를 개척해왔던 나범수 크리안자 대표도 이번만큼은 눈물을 숨길 수 없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사실상 항공기 거래가 중단된 가운데 국내 금융사가 탑티어 항공사인 싱가포르항공의 항공기 3대를 인수하는 대형 거래를 성사시켜 주목된다. 국내외 주요 금융사가 금융지원을 나선 가운데 우리은행이 항공기 거래에서 처음으로 에쿼티(지분) 투자에 참여한 점도 눈길을 끈다.

나범수 크리안자에비에이션 대표는 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월부터 선진국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경색됐던 시장의 분위기가 풀리기 시작하고 있다”며 “특히 이번 거래는 안정적인 국적기 대상 금융 리스와 운용 리스 거래가 시장에서 소화되기 시작했다는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안자는 IMM인베스트먼트가 항공기 구조화금융 전문사 세리토스홀딩스와 함께 2016년 말 공동으로 설립한 조인트벤처(JV)로 국내에선 유일한 항공기 운용 리스사다.



크리안자는 지난달 싱가포르에어가 보유한 A350과 B787 등 총 3대의 항공기를 인수했다. 모두 사용 기간이 1년이 채 안된 신형급 중고기다. 거래 규모는 5,5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항공기를 매각한 뒤 싱가포르항공이 재임대(세일앤리스백)하는 구조다. 나 대표는 “싱가포르항공이 사용한 중고기는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될만큼 신용도가 높아 펀드 만기 후 재매각할 시 높은 수익율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나범수 크리안자에비에이션 대표


팬데믹 이후 여행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항공기 금융 시장 역시 사실상 마비됐다. 지난 1년간 항공기 관련 금융 거래는 글로벌 시장에서 사실상 종적을 감췄다. 그러나 올 초 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일부 선진국 사이에선 집단면역에 이르러 봉쇄 조치를 완화하는 곳이 나오면서 여행 수요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도 경계심을 풀고 있다. 이번 거래에는 보수적인 국내외 금융사들이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끈다. 특히 우리은행은 이례적으로 에쿼티(지분) 투자자로 참여했다. 그동안 국내 시중은행은 항공기 인수 관련 투자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선, 중순위 투자에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항공시장에서 중고 항공기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위기가 인지되면서 과감히 후순위 투자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투자로 우리은행은 연평균 수익률(IRR) 기준 10% 이상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도 선순위 투자자로는 독일 국책은행인 독일재건은행(KfW)과 프랑스 나티시스가, 중순위 투자자는 국내 보험사 등 기관 3곳이 물량을 받았다. 거래 성사를 위해 투자자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크리안자의 주요 주주인 IMM인베스트먼트도 힘을 보탰다.

내년부터 항공기 중고가 가격 치솟을 것으로 보여 부진을 겪은 항공기 리스사에게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나 대표는 “이르면 올 연말부터 선진국을 중심으로 항공기 운행량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항공사들이 코로나19의 여파로 재무적으로 큰 타격을 입어 당분간 신형기 도입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치 않아 중고기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윤희 기자 cho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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