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35년 경력의 경찰관인 어머니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한 뒤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경찰관의 자녀라고 밝힌 청원인은 “어머니는 지병이나 기저 질환 없이 건강한 분이었다”며 “백신 접종 이후 두 차례 수술을 받은 뒤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있다”고 토로했다. 하루 전인 3일에도 “평소 기저 질환이 없던 20대 아들이 AZ 백신을 맞은 뒤 전신 근육 염증이 생겨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졌다”는 글이 국민 청원 게시판에 게재됐다. 당국이 AZ 백신 접종 후 희귀 혈전증 가능성이 있는 30세 미만에 대해 뒤늦게 접종 제한에 나서고 있지만 전 연령대에 걸쳐 중증 이상 사례가 접수되고 있는 셈이다.
AZ 백신 접종과 관련한 부작용 사례가 잇따르면서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당국은 신고 접수된 이상 반응 중 대부분은 백신과 인과관계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우선 접종 대상자들의 불안감은 커지는 상황이다. 일부 접종 대상자들 사이에서는 “접종을 거부하면 하반기로 미뤄져 AZ가 아닌 다른 백신을 맞을 수 있다”며 접종을 미루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코로나19 관련 인식도 조사’ 결과에서도 이 같은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7~29일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에서 백신 미접종자의 61.4%는 ‘예방접종을 받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19.6%는 ‘받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3월 1차 조사 당시와 비교해 예방접종을 받겠다는 응답은 6.6%포인트 감소한 반면 받지 않겠다는 응답은 6.7%포인트 상승했다.
정부는 오는 9월까지 국민 70%의 1차 접종을 완료하고 11월까지는 집단면역을 이루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AZ 백신 기피 현상은 자칫 백신 접종 속도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어 당국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혹여 다른 백신들의 공급이 꽤 늘어난 상태라서 현재 접종이 진행되고 있는 AZ 접종이 기피되는 현상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최근 들어 3분기 이후 접종 대상자에게도 접종 기회를 주고 있다. 예약을 하고도 백신 접종을 받지 않아 ‘노쇼’ 물량이 발생할 경우 백신을 폐기하지 않고 사전에 접종 희망 의사를 밝힌 일반인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또 백신 접종 시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등의 혜택도 고민하고 있다. 윤태호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현재 백신 부작용 관련 우려가 있는 만큼 계속 안내하고 부작용 발생 시 정부 지원을 강화해 안심시키려는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허진 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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