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금리 인상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부동산 시장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미국에 맞춰 국내 금리 인상도 이뤄질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현재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슬금슬금 오르면서 신규 대출 기준으로 3%대 초반까지 오른 상태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이 현실화 될 경우 영끌 매수가 줄을 이었던 서울 외곽 및 수도권 지역, 그리고 빌라 시장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양극화도 더 가속화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금리가 인상될 경우 영끌족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국내 금리가 인상되면 대출을 받고 집을 산 수요자들은 주거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파산까지는 아니더라도 실질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금융비용이 늘어날 것이고, 금융비용 부담 능력이 취약한 계층의 경우에는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 예측했다.
몇년 간 ‘제로’ 수준을 유지해왔던 금리가 한번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면 수년 간 상승 흐름을 이어간다는 점도 영끌족들에게는 악재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미국 금리가 현재의 제로금리에서 정상화되기 시작하면 2~3년 내에 3%대까지 오를텐데, 우리나라도 올해 말께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3년은 상승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며 “저금리때 대출을 많이 받아 집을 마련한 젊은 영끌족들이 6개월에서 1년은 버틸 수 있겠지만 3년이 넘는 금리 인상 흐름을 버텨낼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분석했다.
지역으로는 강남 등 고가 시장보다는 영끌족들의 매수세가 몰렸던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지방 시장의 변동폭이 더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2023년부터 3기 신도시 본청약이 시작되고 이후 입주가 진행되는 등 공급물량이 대거 풀리게 되면 이들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출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영끌과 갭투자 수요가 많은 빌라 시장에 미칠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및 수도권 외곽과 빌라 시장 등 최근 가격이 급등한 지역들은 금리 인상 효과 영향으로 조정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대출로 집을 매수한 수요자와 ‘현금 부자’들 사이의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금력을 갖춘 현금부자들은 금리 인상에 따른 여파를 버텨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손해를 감수하고 주택을 급히 매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 시장에 가격이 수 억원 떨어진 급매물이 나와도 대출이자 부담에 무주택 실수요자는 이를 매수하지 못하고, 현금 부자들이 ‘이삭 줍기’에 나설 공산이 크다.
반면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현 정부 들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하게 적용됐기 때문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예상을 뛰어넘는 폭의 금리 인상이 아니라면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각종 대출 규제로 깐깐한 심사를 거쳐야만 대출이 가능한 만큼 금리 인상으로 시장이 크게 출렁이지는 않을 것"이라 말했다. 박 수석전문위원도 “부동산 시장은 금리 뿐 아니라 소득, 심리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는 고차방정식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이라는 한 가지 요인만 갖고 시장 방향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sedaily.com,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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