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운용사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가 테일러메이드 인수를 앞둔 가운데 유안타증권(003470)이 7,000억 원 가까운 자금을 조달한 것을 두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약 2조 원 규모의 딜에서 중형 증권사가 3분의 1가량의 자금을 부담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는 그 비결로 유안타증권이 골프 관련 딜 경험이 많았고 IB 영역을 키우려는 대만 출신 대표이사의 의지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13일 IB 업계에 따르면 유안타증권이 테일러메이드 인수 자금으로 조달할 6,800억 원 가운데는 대만 유안타그룹도 1,000억 원 이상의 물량을 현지에서 재판매할 예정으로 파악됐다. 본사도 자금 조달에 참여하는 것이다.
유안타증권은 후순위 지분(에쿼티) 전량을 총액 인수하는 형태로 참여한다. 지난 4월 센트로이드 측에서 발급한 6,800억 원 규모의 투자확약서(LOC)는 유안타증권으로서도 최대 수준이다. 그동안 중소형 딜에 집중해왔던 탓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IB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유안타증권이 이번에는 상당히 공격적으로 투자를 한 것인데 상당히 놀라운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테일러메이드 일에서 유안타증권이 파격적인 행보를 한 배경으로 대표이사의 의지를 꼽기도 한다. 현재 유안타증권의 대표이사는 궈밍쩡(郭明正·사진) 씨다. 대만 유안타아시아인베스트먼트와 유안타증권 등에서 IB 업무를 담당했다. 궈 대표는 한국 유안타증권의 IB 부문을 확장하기 위해 인력을 수혈하고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IB 부문을 키우기 위해서는 대형 거래에 참여해야 하는데 때마침 센트로이드가 투자 참여를 제안하면서 속도가 붙었다. 더욱이 궈 대표는 골프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2016년 홍콩 증시에 일본의 대표적 골프 브랜드 ‘혼마’를 상장시키기도 했다. 글로벌 골프용품과 브랜드가 갖는 성장성을 충분히 알고 있던 셈이다. 그래서인지 유안타증권도 국내 인수합병(M&A) 거래 중 골프 관련 거래에 집중했다. 오케스트라프라이빗에쿼티의 마제스티 인수 건과 블루버드CC 및 유니아일랜드CC 등 국내 골프장 거래에서 인수 금융과 부동산 담보대출 등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궈 대표의 지원 아래 이수용 유안타증권 ECM2팀 팀장이 거래를 이끌었다. 신한금융투자 재직 시절 코오롱화이바 투자건의 LP로 참여해 센트로이드와의 인연이 있었던 팀장은 유안타로 이직한 후 이번 거래를 직접 소싱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주주인 대만 유안타그룹의 네트워크를 동원해 아시아 기관투자가(LP)를 모집할 예정인 만큼 자금 조달도 순조로울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테일러메이드의 아시아 거점 제조 시설이 대만에 있고 현지에서도 골프 열풍이 불고 있어 확장성이 높은 탓이다. IB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테일러메이드는 대만에서 1~2위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보인다”면서 “현지 투자자들의 관심도 그만큼 높다는 것인데 자금 조달이 순조로울 수 있다고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조윤희 기자 cho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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