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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몽니에 짓눌린 ‘삼척화력 꿈’ “공사 조속히 재개해야” 곳곳 플래카드

■삼척블루파워 공사 중단 현장 가보니

18번 상경투쟁 끝 이룬 숙원사업

LNG 대비 고용효과 7배나 많아

지역경제 살아나길 기대했지만

외부 개입에 8개월째 공사 스톱

수억대 장비 산 업체들엔 압류장

“火電 막았다는 업적 쌓기 의심”

강원도 삼척시 노천 석회석 광산이 있던 자리에 삼척블루파워가 건설되고 있다. 오는 2024년 완공이 목표며 2021년 5월 26일 기준 공정 진행률은 41%에 달한다.




“삼척화력 공사를 조속히 재개해 민생경제 살려내라! 약속 이행!”

지난 24일 강원도 삼척 시내 곳곳에는 삼척블루파워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내걸려 있었다. 박경복 경제살리기 운동본부 삼척시 지회장은 “석탄·시멘트 등 주력 산업이 쓰러지며 붕괴된 삼척 경제에 마지막 희망은 삼척블루파워 공사였는데 외지 단체가 들어와 중단시키려 한다”고 하소연했다.

삼척블루파워는 삼척 시민들의 숙원 사업이다. 석탄 화력발전으로 계획됐던 삼척블루파워를 문재인 정부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전환하려던 것을 시민들이 2017년 18번에 걸쳐 청와대·국회 상경 투쟁을 벌여 원안을 지켜낸 사업이다. 당시 진행된 삼척블루파워 건설 찬반 투표에서 찬성률은 96.8%에 달했다. 해당 투표에는 삼척 시민 절반 규모인 3만 8,000여 명이 참가했다.

저탄소 시대 화력발전이 웬말이냐는 의문이 들법하지만 삼척 여론은 다르다. 정희수 삼척상공회의소 회장은 “화력발전은 LNG 대비 고용 인원이 7배가량 많은 1,500여 명에 달한다”며 “지역경제 고사를 막을 마지막 카드”라고 설명했다. 환경적인 이유도 있다. 삼척블루파워가 들어서는 곳은 동양시멘트가 50년 동안 석회석을 노지 채광한 곳으로 현지는 폐광이 됐다. 정 회장은 “폐광에서 바람이 불면 비산 먼지가 삼척 시내를 덮고 비가 오면 석회 가루가 바다로 흘러 해산물이 싹 죽었다”며 “해당 부지에 발전소가 들어서면 환경 정비를 통해 이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석탄 채굴이 주력 산업이었던 삼척 주민 정서상 화력발전에 대한 반감이 덜하다.



2018년 8월 삼척블루파워 공사가 첫 삽을 뜰 때까지만 해도 삼척 시민들의 가슴은 희망에 부풀어 올랐다. 인구 6만 5,000여 명 도시에 일간 약 2,000명 규모의 신규 일자리가 생겼다. 식당들은 앞다퉈 식자재를 주문했고 민박집은 수천만 원을 들여 설비를 뜯어고쳤다. 건설 장비 종사자들은 2억 5,000만~5억 원짜리 덤프트럭과 크레인 등을 할부 구매했다. 2년 9개월이 지난 지금 삼척 시민들의 꿈은 악몽으로 변했다. 박 지회장은 “삼척블루파워 항만 공사가 8개월가량 멈추며 월 400만~800만 원의 할부금을 감당 못하는 건설 장비 업체에는 압류장이 붙고 있다”며 “외식·숙박업체는 파리만 날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삼척시 맹방해변 침식을 막기 위해 삼척블루파워가 침식 저감 시설을 설치해뒀다.


삼척 시민들은 지역 여론은 무시한 채 공사를 막으려고 하는 환경 운동가 출신 국회의원과 외지 환경 단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부 국회의원은 지난해 10월 ‘에너지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을 발의해 삼척블루파워 공사를 무산시키려는 중이고 외부 환경 단체들은 “항만 공사로 인근 맹방해변이 침식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항만 공사를 중단시켰다. 삼척블루파워는 해상을 통해 석탄을 공급받는데 항만이 없으면 발전소가 완공돼도 가동이 불가능하다.

삼척에 뿌리를 둔 환경 단체들은 이들의 주장이 억지라고 했다. 이기숙 삼척시환경단체연합회 회장은 “삼척블루파워 공사 전인 2000년 초반부터 맹방해변은 이미 침식되고 있었다”며 “국회의원과 외부 환경 단체가 환경보호는 명목이고 국내 마지막 화력발전소 건설을 막았다는 업적을 챙기고 싶은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옥인환 삼척블루파워 사장은 “각고의 고민 끝에 현 정부에서 승인한 사업이 바로 삼척블루파워”라며 “국가 에너지 정책의 연속성·신뢰성을 고려해서라도 사업 재개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삼척=서종갑 기자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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