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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兆원 단위 거래보다 돋보여"…한앤컴, 남양유업 M&A 어땠길래

70년 家業 설득한 한앤컴의 '저력'

올 초 물밑 접촉 시작…운용사간 경쟁 끝에 승기 잡아

오너일가에 현 시가 대비 100%의 경영권 프리미엄 제시

매각 계약 체결 직후 주가는 고공 행진 '기대'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지난 4일 대국민 사과를 한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최근 진행 중인 어떤 조원 단위 대형 거래보다도 의미 있다"

"상상은 했지만 실행으로 옮기지 못했던 아이디어다"

"국내 운용사들이 지향하는 특수상황(스페셜 시추에이션) 투자의 이정표가 될 딜"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의 남양유업(003920) 인수는 국내 인수합병(M&A) 업계에 자극제가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쟁 관계에 있는 운용사들도 이번만큼은 한앤컴퍼니의 추진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3,000억원의 자금을 단 번에 쏠 수 있는 자금력은 둘째 문제이고, 70년 가까이 대를 이어 과점 시장을 지배한 남양유업 인수를 현실화 한 저력에 혀를 내두른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 인수를 위한 한앤컴퍼니의 설득 작업은 올해 초부터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대리점 갑질 사태부터 창업자 외손녀 황하나씨 논란, 지난해 경쟁사 비방 댓글 조작 사건까지 경영에 타격을 입히는 악재가 줄줄이 이어졌던터라, 한앤컴퍼니는 이미 이때부터 적극적으로 경영권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만 해도 오너일가는 외부 투자 제안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불가리스 파문’은 이번 매각의 기폭제가 됐다는 게 이번 거래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허위 광고로 회사와 경영진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쇄신을 약속한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은 회사의 경영은 물론 소유권까지 모두 포기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한앤컴퍼니는 오너일가 이슈로 저평가된 남양유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재무적으로 특수 상황에 처해 일시적으로 유동성 어려움을 겪거나 기업가치가 저평가됐을 때 자금을 공급해 수익을 얻는 투자 방식인 ‘스페셜 시추에이션(SS)’ 투자 성격에 부합했다. 향후 높은 수익률도 기대된다. 불매운동에 따라 손실을 낸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남양유업은 연간 1조 원의 매출액과 500억 원을 전후한 상각전영업이익(에비타)를 낼 수 있는 회사다. 무엇보다 서울우유협동조합, 매일유업 등과 함께 과점 체제를 유지하며 국내 우유시장 2위 지위를 확보한 ‘알짜배기’다.



한앤컴은 4조 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가 있어 3,000억 원의 인수 대금을 단번에 집행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운용사(GP)들은 70여년간 과점 시장의 혜택을 누려온 가업(家業)을 대상으로 거래를 성사시킨 한앤컴의 돌파력을 더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남양유업에 눈 독을 들인 곳이 한앤컴만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블라인드 펀드를 보유한 다른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들도 남양유업 오너일가를 물밑 접촉했지만, 오너일가는 가장 도움이 필요했던 시기에 한앤컴의 손을 잡았다.

오너일가에 파격적인 인수가격을 제안했던 점이 주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오너일가가 보유한 52.63%의 지분 인수가는 3,100억원으로, 주당 가격은 약 82만 원에 이른다. 주식매매계약(SPA)이 체결된 지난 27일 종가가 주당 43만9,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시가 대비 두 배의 가격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남양유업의 지난 3년 중 최고가(69만 원)보다도 50%나 비싼 가격이다.

다른 경영권 거래와 비교하면 시가 기준 100%에 이르는 경영권 프리미엄은 다소 비싸다고 보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남양유업의 주가는 오너리스크로 타격을 입으며 나락으로 떨어지던 상황인데다 국내 유통 시장에서 과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는 점을 빌어 상당히 저평가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적자를 내고 있는 플랫폼 기업들도 최근 M&A 시장에서 1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는데, 남양유업은 매년 꾸준히 500억원 수준의 에비타를 보였던 점도 가치를 인정받는데 한 몫 했다. 대신 한앤컴은 오너일가에 회사를 되살수 있는 권리(콜 옵션)는 보장하지 않았다. 오너일가가 직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경우 남양유업의 이미지 쇄신이 불가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까진 한앤컴의 판정승으로 보인다. 오너일가가 회사에 손을 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시장에 미친 파급력은 대단했다. SPA 체결이 알려진 후 다음 날인 지난 28일, 남양유업의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해 57만 원을 돌파했다. 한앤컴 입장에선 현재의 시가와 인수 가격 간의 간극을 단 하루만에 30%나 좁히는 효과를 낸 셈이다. 이 기세가 이어지면 오너일가에 지급하기로 한 주당 가격을 돌파하는 건 시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윤희 기자 cho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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