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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 족쇄 풀렸다” ...방산업계 '한국판 스페이스X' 준비에 분주

정부 준중거리 미사일 연구개발 발주 주목

㈜한화·LIG넥스원 등 수혜 예상

축적된 미사일 기술 민간 우주개발 사업에 이전 가능해

소형위성 발사체·위성 탑재체 등 우주산업 성장 본격화할 듯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로 로켓 사거리 제한이 풀리면서 방산·우주업계 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우선 방산기업에 장거리 미사일 사업 기회가 열리는데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민간 우주개발 분야까지 확장될 전망이다. 한국판 ‘스페이스 X’가 출범할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방산업체들은 정부의 중장거리 미사일 연구개발 발주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800km로 제한됐던 미사일 지침의 해제로 이론적으로는 사거리 5,500㎞ 이상 대륙간 탄도 미사일도 개발 가능하지만 국방부 발주 없이는 꿈 같은 얘기”며 “국방부 발주 시기와 및 군이 원하는 미사일 사거리에 따라 향후 우리 기업의 수혜 정도가 갈릴 전망이다”고 설명했다. 사거리가 길어질 수록 기술 개발 수준이 고도화하고 활용 범위도 커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주변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우선 사거리 1,000~3,000km의 준중거리 탄도 미사일 개발 가능성이 높다.

정부 발주가 시작되면 탄두, 발사체, 추진체 등을 제작하는 미사일 기업이 분주해질 전망이다. 지대지 미사일을 주로 만드는 ㈜한화(000880)와 자체 동력으로 목표 지점까지 날아가는 크루즈미사일에 특화된 LIG넥스원(079550)의 사업 수주 가능성이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사일 하나를 제작하는 데 구동, 날개, 엔진 등 100여개 이상 기업의 협업이 필요하다”며 “관련 방산기업 모두 신규 사업을 통한 기술 축적과 수익성 확보 혜택을 동시에 누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통해 축적된 기술은 민간 우주개발 사업에 촉진제 역할을 할 전망이다. 대표 기업으로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전체 조립을 맡은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과 엔진을 담당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꼽힌다. KAI의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로켓 기술을 활용한 소형위성 발사체 등 민간 우주시대 새로운 시장 진입의 기회가 열린 것으로 평가한다”며 “발사체·로켓 분야에서 F-21에 장착 예정인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의 사거리 확대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위성 부문도 빼놓을 수 없다. 차세대 중형위성 1호의 탑재체를 개발한 한화시스템(272210)도 신규 탑재체 연구에 매진할 전망이다. 탑재체는 위성의 ‘눈’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으로 민간 위성이 증가하는 것에 비례해 수요가 늘어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위성 부문은 작년 7월 우주 발사체에 대한 고체 연료 사용 제한 해제 후 위성 산업 성장 기대감만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 미사일지침 해제로 위성 산업의 성장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화는 레이저 무기의 원천 기술인 레이저 발진기 국산화에 나선다. 국방과학연구소(ADD) 발주로 한화가 시제 제작 계약을 수주했다. 4년 개발 기간에 계약규모는 총 243억 원이다. 레이저 발진기는 레이저 빔을 발생시키는 장비로, 레이저가 수 km 이상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도록 더 멀리 세게 나갈 수 있게 한다. 레이저 무기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다. 레이저 무기는 하늘에서 빠르게 이동하는 목표물을 빛의 속도로 정확하게 격추시킬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소형 위성, 드론 등 급증하는 우주, 공중 무기 제압에 효과적일 전망이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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