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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김환기 작품도 'NFT 경매'…저작권자는 "합의 안했다" 반발

■미술품 NFT 경매 저작권 논란

플랫폼업체 "소장권·저작권 양도"

해당 저작권자 "협의 없었다" 맞서

새 투자처 관심 늘며 돈 몰리는데

저작권 침해·진위 증명 과제 산적

"안전성 보장 안돼…제도정비 시급"

한 NFT 플랫폼 업체가 NFT 경매를 예고한 박수근의 ‘두 아이와 두 엄마(왼쪽부터)’, 이중섭의 ‘황소’, 김환기의 ‘전면점화-무제’. /워너비인터내셔널




# 지난 3월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 회사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 작품이 6,930만 달러(약 783억 원)에 팔렸다. ‘비플(Beeple)’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디지털 아티스트 마이크 윈켈만(39)이 제작한 ‘매일: 첫 5,000일’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작가가 2007년부터 매일 만든 작품 중 5,000개를 조합한 뒤 블록체인의 암호화 기술로 진품성을 부여해 만든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 작품이었다. 이 경매로 독학 예술가인 비플은 생존 작가 중 제프 쿤스, 데이비드 호크니에 이어 세 번째로 ‘비싼 아티스트’가 됐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NFT 투자 열기가 미술 분야로 옮겨붙으면서 관련 시장이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에 고유한 인식값을 부여해 복제 불가의 고유성과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NFT 미술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날로 커지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NFT 미술품의 저작권과 진위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불거졌다. 논란이 된 작품은 한국 미술의 거장인 김환기·박수근·이중섭의 그림들이다. NFT 작품 거래의 위험성을 고스란히 드러낸 이번 논란을 계기로 투자자들에 대한 주의와 함께 안전한 거래를 위한 관련 정책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경매 예정 NFT 작품에 저작권자 반발=지난달 31일 한 NFT 플랫폼 업체가 김환기의 ‘전면점화-무제’와 박수근의 ‘두 아이와 두 엄마’, 이중섭의 ‘황소’를 NFT 경매로 출품, 오는 16~18일 22개국에서 동시에 온라인 경매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각 작품의 의미와 함께 “해당 작품은 NFT 기술과 미술등록협회의 작품등록제도를 통해 작품에 대한 저작권이 철저하게 관리된다”고 강조하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해당 작품의 저작권자들은 “저작권 문제를 협의한 적도, 합의한 적도 없다”고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현행법상 국내 저작권 보호 기간은 70년. 이중섭은 1957년 저작권법 가입 전인 1956년 타계해 저작권이 종료된 상태지만 1965년 타계한 박수근과 1974년 타계한 김환기의 경우 모두 저작권이 유효하다. 김환기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환기재단은 1일 “이번 NFT와 관련해 우리 측에 저작권과 관련 문의가 들어온 적이 없다”며 “제안이 들어온다 해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박수근의 저작권을 위임해 관리 중인 갤러리현대 측도 현재 이 건과 관련해 변호사와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물 작품 소유권과 저작권 달라…논란 확산 조짐=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작품의 소유권과 저작권을 구분하지 않은 데서 발생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예술법 전문가인 캐슬린 김 변호사는 “실물 작품을 구매했다 하더라도 별도의 양도 계약이 없는 한 작품에 대한 저작권까지 양도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원본 작품의 이미지를 복제, 전시, 공중 송신 등의 방식으로 이용할 경우 소장자의 동의와는 별도로 저작권자(작가 또는 권리 승계자)에게 이용 허락을 받거나 양도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NFT화한다는 것은 실물 작품의 디지털 이미지나 영상 등을 블록체인상 디지털 장부에 영구적으로 기록하는 것”이라며 “실물 작품을 디지털 이미지로 복제해 전송하고 전시하는 행위로 해석할 수 있으며 저작권자의 사전 동의가 없다면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미술등록협회를 통한 저작권 관리 역시 ‘협회에 2차 저작물의 가부를 판단할 권한은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반면 경매를 계획 중인 워너비인터내셔널 측은 “(현 소유자들이) 생전 세 작가로부터 선물로 저작권과 소장권을 모두 양도받은 것으로 확인했고 관련 양도 계약서도 작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하며 예정대로 경매를 진행할 계획임을 밝혔다.

지난 3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된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의 ‘매일: 첫 5,000일’. /사진 제공=크리스티


◇투자처 된 NFT 미술품…제도 정비 시급=국내외 미술품 NFT가 비트코인만큼이나 광풍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처럼 저작권을 둘러싼 논쟁과 투자 위험성은 앞으로 더욱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의 여자친구이자 뮤지션인 그라임스가 ‘싸우는 요정들’이라는 시리즈의 배경음악이 들어 있는 이미지 NFT 작품 10점을 약 65억 원에 팔았고 국내 경매에서도 마리 킴의 ‘미싱 앤드 파운드’가 6억 원에 팔리는 등 NFT는 기존 미술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최근에는 크리스티 경매에 미디어아트 거장인 백남준의 영상 작품 ‘글로벌 그루브(1974년)’가 NFT로 등장하기도 했다.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는 미술 NFT를 다루는 각종 플랫폼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문제는 투자자의 관심과 시장 확대와는 별개로 투자자의 안전성은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NFT 디지털 예술품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저작권 침해 문제는 물론 원본에 대한 진위 증명 부재도 문제가 되고 있다”며 “관련 정책 및 안전한 온라인 거래에 대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도 “현 구조상 NFT 예술 거래로 인한 손해는 어디까지나 투자자의 몫”이라며 “투자에 앞서 (플랫폼) 회사 정보, 투자 약관, 저작권 등을 꼼꼼히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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