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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가 상상만으로 수사착수" 조희연 주장...입증 가능할까

조희연 변호인 이재화 변호사 2일 기자회견

"공수처 검사는 신이 아냐...상상 기반 수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일 오전 서울 강북구청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교육청-구청 합동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경솔하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법조인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간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변호인인 이재화 변호사는 2일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이같이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조 교육감 직권남용’ 혐의 사건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 착수 경위 자체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 주장의 근거는 공수처법 23조에 있다. 이 조항은 ‘공수처 검사는 고위공직자 혐의가 있다고 사료(思料)하는 때 수사를 해야 한다’고 돼있다. ‘사료’하다는 표현은 형사소송법에서도 여러 차례 나온다. 형소법 196조도 ‘검사는 범죄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 수사한다’고 돼 있다. ‘사료’의 사전적 의미는 깊이 생각해 헤아리다는 것인데, 법조계에서는 사료를 통상 ‘구체적 증거를 근거로 수사를 할 필요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본다. 수사 개시가 자의적인 판단에서 비롯되는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구체적 증거가 꼭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조 교육감 측과 공수처 입장 차이가 있는 이유는 그 ‘구체적 증거’의 정의가 또 다를 수 있어서다. 조 교육감 측이 봤을 때는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할 때 참고한 고발장과 감사원 감사보고서 등은 구체적 증거가 아니고, 공수처는 구체적 증거가 맞다고 보는 셈이다.

조 교육감 변호인 이재화 변호사가 2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열린 특별채용 관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에 대한 반대 입장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변호사는 이날 “이 사건의 경우 수사 단서는 감사원의 고발장이 되는데, 고발장은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만 기재돼있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시돼 있지 않다”며 “그런데 공수처는 직권남용이 성립될 거라는 전제를 해놓고 고발장과 감사보고서의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공수처 검사는 신이 아니다. 구체적 근거를 갖고 판단해야 하는데 공수처는 앞으로 수사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나올 수 있다는 막연한 상상에 근거해 수사를 개시했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 주장을 정리하면 공수처는 구체적 증거가 없이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에 혐의가 있는지 ‘사료’하지 않아 공수처법 23조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조 교육감 측의 현 입장은 공수처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것이다. 수사에 협조하고 무혐의를 입증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향후 공수처가 수사를 완료하고 검찰에 의해 실제로 기소가 이뤄질 경우 조 교육감 측은 재판에서 이같은 공수처의 수사 착수 위법 여부를 다툴 수 있다.



공수처에서는 이 변호사의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공수처가 공수처법 23조를 위반했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는 주장들이 공수처 안팎에서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수사를 개시하기 위해 구체적 증거를 기반으로 사료했다고 스스로 판단하면 거기서 끝"이라며 “수사받는 입장에서 충분히 사료하지 않았다고 입증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감사원의 고발장과 감사보고서 등을 근거로 직권남용 혐의로 조 교육감을 입건했다고 알려졌다. 감사원은 서울경찰청에 접수한 고발장을 공수처에도 보냈는데, 이 고발장 하단에는 “(조 교육감이) 임용권자로서 인사담당자 등에게 5명 특별채용을 검토 및 추진하도록 한 행위, 담당자들이 특채에 반대하자 결재라인에서 배제시킨 것이 직권남용 혐의에 해당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어 공수처에 수사참고자료를 보낸다”고 돼있다. 공수처는 이로써 직권남용 혐의가 가능할지 인지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한 셈이다.

감사보고서에서도 인사 담당자들이 직권남용 혐의가 향후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고 돼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은 서울시교육청 특별채용을 논의하는 인사위원회에서 인사위원 일부가 ‘누군가를 특정해 선발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채용을 진행할 경우 직권남용 혐의로 나중에 조사받을 것을 우려했다’고 조사했다.

이를 토대로 공수처는 여러 직권남용 혐의 판례도 분석했다고 한다. 곽노현 전 교육감의 비서 특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블랙리스트’ 사건 등과 조 교육감의 사건이 유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구민 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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