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의 국내 소비자금융 부문 매각과 관련해 복수의 금융사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의향서를 낸 금융사는 예비 실사를 통해 씨티은행의 내부 정보를 볼 수 있다. 단순히 씨티은행의 ‘속살’을 참고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최종 인수까지 이어지는 반전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1일까지 LOI를 받았고 복수의 금융사가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씨티은행은 자산관리(WM)·신용카드·대출 등으로 구성된 소비자금융의 ‘통매각(전체 매각)’을 최우선 순위로 정하고 씨티그룹 내 인수합병(M&A)팀과 국내 씨티그룹 글로벌마켓 증권(CGMK) 2곳을 통해 LOI를 받아왔다.
이와 관련해 씨티은행은 이날 오후 비대면 이사회를 열고 매수 의향을 보인 잠재 매수자 현황에 대해 보고하고 이에 따른 전체 매각, 사업부 일부 매각, 단계적 폐지 등 출구 전략 방안을 추가로 논의했다. 출구 전략 관련 이사회는 지난 4월 27일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부문의 통매각, 일부 매각 모두 여의치 않을 것으로 봤다. 모바일뱅킹이 늘면서 은행들이 가뜩이나 인력과 지점을 줄이고 있는 마당에 씨티은행을 통으로 인수할 경우 인력과 지점은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 당국도 인수합병(M&A)보다는 코로나19 대응 지원을 강화하라는 기조”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씨티은행이 WM 부문에서 강점이 있다고 하지만 WM 고객은 여러 은행과 중복해 거래를 하기 때문에 WM을 인수한다고 해서 신규 고객이 대폭 늘어날지도 미지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WM 부문을 인수하기보다는 씨티은행에 소속된 경쟁력 있는 프라이빗뱅커(PB)를 개별적으로 채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며 “PB가 통상 자신의 고객을 끌고 오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분리 매각의 경우 유력하게 거론됐던 현대카드와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공개적으로 “추진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복수의 금융사가 LOI를 내면서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부문 매각의 흥행 불씨는 일단은 살아나게 됐다. 향후 의향서를 낸 금융사들의 씨티은행 예비 실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의향서를 낸 곳이 등장했지만 다만 최종 매각 성공까지 이어질지는 회의론이 많은 상황이다. 예비 실사에 나선 금융사들이 최종 인수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일단 씨티은행 업무 현황을 들여다볼 목적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씨티그룹이 동남아시아에서의 소매금융 철수를 결정한 가운데 단순히 한국씨티은행뿐만 아니라 동남아 부문도 묶어 팔겠다고 한다면 반전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방금융지주가 씨티은행 인수를 할 경우 수도권 영업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씨티은행 노동조합은 이사회를 앞두고 “국내 소비자금융 매각은 전체 매각에 대한 안정적인 인수의향자가 나올 때까지 충분한 시간과 대책을 갖고 진행돼야 한다”며 “졸속 부분 매각 또는 자산매각(청산)에 결사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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